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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 미래 10년 평화비전 선언… 다자외교 플랫폼 도약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21회 제주포럼 사흘 일정 마무리 '제주 세계평화의 섬 비전 2035' 선포 외교부 공동 주최로 평화안보 위상 강화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 한자리 85개국 6000여명 참여, 68개 세션 진행 강정식 원장 "논의를 실행 과제로 잇는 게 중요"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폐회식에서 ‘제주 세계평화의 섬 비전 2035 선언문’이 발표되고 있다. 선언문은 제주포럼의 글로벌 공공플랫폼화, 평화경제, 생태평화도시, 제주4·3 평화 가치의 국제사회 공유 등을 담았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폐회식에서 ‘제주 세계평화의 섬 비전 2035 선언문’이 발표되고 있다. 선언문은 제주포럼의 글로벌 공공플랫폼화, 평화경제, 생태평화도시, 제주4·3 평화 가치의 국제사회 공유 등을 담았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국제질서가 분열과 경쟁으로 흔들리는 시기에 제주가 향후 10년의 평화외교 구상을 새로 제시했다.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올해 외교부 공동 주최와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세션을 계기로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회의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다자협력 플랫폼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과 제주돌문화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이날 폐회식을 끝으로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했다.

올해 제주포럼의 대주제는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이었다.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위기,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중동 정세, 다자주의 위기처럼 국제사회가 동시에 맞닥뜨린 복합 현안을 놓고 세계 각국 지도자와 국제기구 인사, 학계·시민사회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번 포럼에는 85개국 6000여명의 전문가와 글로벌 리더가 참여했다. 외교·안보, 기후, 경제, 문화, 교육,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68개 세션이 진행됐다. 제주포럼이 더 이상 한반도 평화 의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후위기와 AI 거버넌스, 에너지 전환, 지방외교, 청년 교류까지 다루는 종합 다자협력 무대로 넓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는 외교부가 공동 주최로 참여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 외교부가 함께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제주포럼의 국가 외교 플랫폼 성격이 한층 강화됐다. 외교부 장관이 제주도지사와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것도 올해 포럼의 변화다.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세션에는 국제기구와 각국 외교 무대에서 활동해 온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다자주의 재구상과 국제협력의 방향을 논의했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세션에는 국제기구와 각국 외교 무대에서 활동해 온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다자주의 재구상과 국제협력의 방향을 논의했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가장 주목을 받은 장면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이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레베카 그린스판 마유피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제73차 유엔총회 의장, 마키 살 전 세네갈 대통령 등이 제주에서 다자주의의 미래와 유엔 개혁 방향을 논의했다.

유엔 후보군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은 제주포럼의 국제적 상징성을 키웠다. 다만 한반도 평화 의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북측 인사 참여가 성사되지 못한 점은 향후 과제로 남았다. 제주포럼이 세계적 다자외교 무대로 확장되는 동시에, '세계평화의 섬 제주'라는 정체성을 한반도 평화 실천과 어떻게 다시 연결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회식의 핵심은 '제주 세계평화의 섬 비전 2035 선언문'이었다.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21년을 맞은 시점에서 앞으로 10년간 제주가 어떤 평화도시로 나아갈지 밝힌 청사진이다.

선언문은 제주가 세계와 지역을 잇는 평화외교의 중심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제주포럼을 글로벌 공공플랫폼으로 고도화하고, 국제기구와 평화도시, 청년 네트워크와의 연대를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평화의 개념도 넓혔다. 과거의 평화가 전쟁과 갈등을 막는 안보 중심 개념이었다면, 비전 2035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경제 불평등, 디지털 격차, 생태 위기까지 평화의 의제로 끌어들였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디지털 혁신을 지역경제와 도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하는 '평화경제' 구상도 제시됐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6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올해 제주포럼은 외교부가 공동 주최로 참여하면서 국가 외교 플랫폼 성격을 강화했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포럼 운영과 의제 구성, 세션 진행을 뒷받침했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6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올해 제주포럼은 외교부가 공동 주최로 참여하면서 국가 외교 플랫폼 성격을 강화했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포럼 운영과 의제 구성, 세션 진행을 뒷받침했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제주의 고유 자산을 바탕으로 한 생태평화도시 비전도 포함됐다. 바다와 숲, 오름과 곶자왈, 해녀문화처럼 제주가 가진 자연·문화 자산을 보전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 모델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섬 지역이 겪는 취약성을 국제협력 의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제주4·3의 화해와 상생 정신도 중요한 축으로 제시됐다. 선언문은 과거사 해결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제주4·3의 가치를 인류 보편의 평화 가치로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지역의 아픈 역사를 세계적 평화 담론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폐회사에서 "이번 제주포럼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전을 공유한 것은 제주포럼이 세계 외교 플랫폼으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또 "올해 제주포럼은 외교부 공동 주최로 제주가 쌓아온 평화·협력 경험을 국가·국제 의제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됐다"며 "제주4·3의 평화와 상생 가치를 세계와 나누고 새로운 시대의 공존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강정식 제주평화연구원장이 26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폐회식에서 폐회선언을 하고 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올해 포럼에서 논의된 평화협력 의제를 후속 연구와 국제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강정식 제주평화연구원장이 26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폐회식에서 폐회선언을 하고 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올해 포럼에서 논의된 평화협력 의제를 후속 연구와 국제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폐회 선언을 맡은 강정식 제주평화연구원장은 이번 포럼의 의미를 '논의의 축적'과 '실행의 연결'에서 찾았다. 강 원장은 "이번 포럼에서 축적된 논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과 국제 협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주평화연구원은 이러한 논의를 후속 연구와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제주포럼을 주관하는 기관으로서 이번 논의를 후속 연구와 의제 발굴, 국내외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포럼의 과제도 분명해졌다. 포럼의 규모와 의제는 커졌지만, 국제회의의 성과가 실제 정책과 지역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제주도가 제시한 비전 2035 역시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평화외교와 평화경제, 생태평화, 제주4·3 세계화, 청년 네트워크를 구체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참석자들이 폐회식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제주포럼에는 85개국 6000여명의 전문가와 글로벌 리더가 참여해 사흘간 68개 세션을 진행했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참석자들이 폐회식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제주포럼에는 85개국 6000여명의 전문가와 글로벌 리더가 참여해 사흘간 68개 세션을 진행했다. /사진=제주포럼 사무국 제공

주최 기관인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주관 기관인 제주평화연구원은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의제와 세션별 논의 결과를 분석해 내년 제22회 제주포럼 준비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 포럼이 외교부 공동 주최와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을 통해 국제적 외연을 넓혔다면, 다음 과제는 '제주 세계평화의 섬 비전 2035'를 선언에 머물게 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실행 가능한 협력 모델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제주포럼이 세계 각국의 대화를 모으는 장을 넘어 평화외교와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발전, 제주4·3 평화 가치 확산을 실질적 협력으로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10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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