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에도 없던 제주4·3 희생자 3명… 77년 만에 가족관계등록부 오른다
4·3위원회 희생자 75명·유족 274명 추가 인정
박영심씨와 두 딸, 무호적 희생자 첫 등록 결정
총탄 3발 맞고 생존한 김인생씨도 희생자 인정
누적 희생자·유족 14만3581명… 내년 9차 신고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 당시 희생됐지만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아 공식 가족관계 기록에 존재하지 않았던 희생자 3명이 처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오른다. 가족의 기억과 증언 속에만 남아 있던 희생자에게 국가가 법적 가족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전날 제38차 회의를 열어 희생자 75명과 유족 274명 등 349명을 추가 결정했다.
희생자 75명은 사망자 35명, 행방불명자 26명, 수형인 14명이다. 유족은 270명이 새로 인정됐고 4명은 재심의를 거쳐 인정됐다. 중복 결정 등이 확인된 희생자 7명과 유족 1명은 기존 결정을 취소했다.
이번 결정으로 2002년 이후 국가가 공식 인정한 제주4·3 희생자는 1만5286명, 유족은 12만8295명으로 늘었다. 희생자와 유족을 합하면 14만3581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결정은 '무호적 희생자' 3명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이다. 무호적 희생자는 생전에 출생신고 등이 이뤄지지 않아 호적이나 현재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대상자는 박영심씨와 두 딸 윤옥순·윤옥희씨다. 세 모녀는 1949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북촌국민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간 뒤 희생됐다. 4·3 희생자로는 인정받았지만 호적에 이름이 없어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함께 연행됐다 살아남은 박씨의 또 다른 자녀가 어머니와 두 자매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을 신청했다. 제주도는 신청인과 이웃 주민의 진술, 공적 자료와 비석 사진 등을 조사해 세 사람의 존재와 가족관계를 확인했다.
4·3위원회가 무호적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생자로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관계를 법적 기록으로 복원한다는 점에서 명예회복의 범위가 한층 구체화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모두 36명의 가족관계도 새로 인정됐다. 희생자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31명, 희생자 사망사실 기록·정정 2명, 무호적 희생자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3명이다.
제주4·3 당시 총탄을 맞고 살아남은 김인생씨도 희생자로 추가 인정됐다. 당시 제주읍 이호리에 살던 김씨는 남편이 토벌대에 총살된 뒤 무장대 가족으로 오인돼 이호국민학교로 연행됐다. 학교 운동장에서 총탄 3발을 맞고도 목숨을 건졌지만 이후 평생 트라우마와 후유증을 겪다가 1997년 숨졌다.
수형인 14명도 희생자로 추가 결정됐다. 군법회의 재판 대상자 10명, 일반재판 대상자 2명, 구금자 2명이다.
신원홍·이태석씨는 별도의 수형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제주읍 주정공장 등에 수용됐던 사실이 인정됐다. 구금 사실만으로 4·3 희생자로 결정된 첫 사례다.
이번 심의는 2023년 상반기 진행된 제8차 희생자·유족 추가신고 접수분에 대한 다섯 번째 결정이다. 당시 접수된 1만9559명 가운데 419명이 신고를 철회했고, 나머지 1만9140명에 대한 제주4·3실무위원회 심사는 모두 끝났다.
4·3위원회는 24일 기준 1만8933명에 대한 결정을 완료했다. 207명은 아직 심의가 남아 있다.
새로 인정된 희생자의 위패는 올해 하반기 제주4·3평화공원 봉안실에 설치된다. 행방불명 희생자 26명의 표석도 별도로 마련된다.
신규 희생자는 결정일로부터 90일이 지나면 보상금을 신청할 수 있다. 생존희생자와 희생자 배우자, 75세 이상 1세대 고령 유족에게는 생활보조비 신청 절차도 안내된다. 제주도는 2027년 제9차 희생자·유족 추가신고를 받을 계획이다.
변영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신고하지 못한 분들이 사각지대에 남지 않도록 홍보와 접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