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6개 중 1개 적중, 이게 말이 되나?… 실력도 없는데 하늘마저 버린 韓 축구 [2026 월드컵]
디애슬레틱·옵타가 장담했던 '90% 생존율'의 처참한 배신
상상 초월한 '연속 역배'의 나비효과
스페인 승리 빼고 5개 대진 모조리 '꽝'
에콰도르 이변부터 야속한 무승부 릴레이까지
[파이낸셜뉴스] 아무리 경우의 수가 부질없는 확률 게임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 우리가 실력이 없어 자력 진출을 걷어찬 것은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하지만 지독한 벼랑 끝에서 지켜본 타 구장의 스코어보드는 야속함을 넘어 잔인할 지경이다. 대한민국 축구를 살릴 수 있었던 총 9개의 주사위 중, 하늘이 허락한 것은 단 한 개뿐이었다. 이쯤 되면 실력이 없는 한국 축구를 하늘마저 철저히 버렸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홍명보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 충격패를 당하며 조 3위(1승 2패·승점 3·골득실 -1)로 추락했을 때만 해도, 전 세계 축구 통계 매체들은 한국의 32강행을 낙관했다. '옵타'와 '디애슬레틱' 등 내로라하는 분석 기관들이 제시한 한국의 생존 확률은 무려 90%에 육박했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 체제상, 1승만 거둬도 3위 그룹 상위 8개 팀에 턱걸이하는 것은 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목숨줄을 쥐고 흔들 수 있었던 경우의 수는 무려 9개나 깔려 있었다. 독일의 에콰도르전 승리, 일본의 스웨덴전 대승, 호주와 파라과이의 승패 분리, 세네갈과 이라크의 무승부 등 이 중 몇 개만 맞아떨어져도 홍명보호는 앉아서 32강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26일과 27일에 걸쳐 일어난 일들은 축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잔혹한 역배'의 연속이었다.
에콰도르가 전차군단 독일에 대이변을 일으키더니, 일본과 스웨덴, 호주와 파라과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사이좋게 무승부를 거두며 한국의 생존 계산기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한 골 차 싸움을 기대했던 세네갈은 이라크를 5-0으로 융단폭격하며 한국의 골득실마저 집어삼켰다.
지금까지 펼쳐진 6개의 대진 중 한국의 기도대로 흘러간 것은 27일 오전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1-0으로 잡아준, 딱 그 한 경기뿐이었다.
이 기적 같은 확률을 뚫고 6개 중 5개의 결과가 도미노처럼 엇나간 셈이다. 이 기막힌 '올 꽝'의 나비효과 탓에 한국 축구는 현재 와일드카드 턱걸이 마지노선인 '8위'까지 밀려났다.
물론 스스로 자력 진출의 기회를 날려버린 대표팀의 무기력한 졸전이 만악의 근원이다. 실력이 있었다면 남의 나라 발끝을 보며 노심초사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90%의 확률마저 비웃듯 모든 경우의 수가 한국 축구의 심장을 정조준해 빗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의 심정은 처참하다 못해 허탈하다.
실력도, 투지도 없었던 홍명보호에게 하늘마저 마지막 행운의 손길을 거둬들였다.
단 하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28일 최종전 앞에서, 한국 축구는 그렇게 산소호흡기 한 줄에 매달린 채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