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엄마 병원비 좀 주세요" 닥치는 대로 낚은 거미줄의 종말 [사기꾼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인 온정 이용해 1000만원 받아내고
기프티콘·게임 계정·보증금 가로채
"실제 받은 돈 갚을 의사·능력 없어
편취 금액 적지 않고 피해 회복 안 돼"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돈부터 보내주세요. 확실히 넘겨드릴게요."
그가 던진 미끼는 솔깃했고, 속임수는 간결했다. 인기 축구 게임의 고가 계정, 기프티콘, 심지어 축구 레전드 베컴의 레트로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을 낚는 미끼는 수시로 바뀌었다. 온라인 중고 거래 장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범죄를 위해 쳐놓은 거미줄이었고, '갖고 싶다'는 순진한 열망을 품고 접근한 이용자들은 사냥감에 불과했다.

거짓말에 속아 돈이 입금되는 순간 연락은 뚝 끊겼다. 가까운 지인도 예외는 없었다. "어머니가 입원했다"는 안타까운 사연까지 팔아 지갑을 채웠다. 가로챈 돈은 단돈 4000원부터 수천만원대에 이르렀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벌인 이 기이한 연쇄 기만극의 끝은 결국 차디찬 철창신세였다. 전방위적 사기 행각을 벌인 A씨(27)의 범행은 약 2년 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2024년 12월 7일 새벽이었다. A씨는 한 인터넷 게임 거래 사이트에 "게임 계정을 31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글을 보고 연락한 피해자에게 선입금을 유도해 돈을 가로챈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7월까지 총 3명의 피해자로부터 4회에 걸쳐 45만8000원을 받아냈다. 처음부터 계정을 판매할 의사나 능력은 없었다.

A씨의 대담한 거짓말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025년 3월 7일 새벽. 그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점에서 만난 지인 B씨에게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돈을 빌려주면 병원비와 간병비로 쓰고 나중에 갚겠다"며 눈물겨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실제 A씨의 모친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 당시 무직이었던 A씨는 다른 벌금을 미납해 노역장에 유치되는 등 자산이 전혀 없는 상태였고, 빌린 돈은 모두 자신의 생활비 등으로 탕진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 이 같은 수법으로 같은 해 5월까지 29회에 걸쳐 약 1233만원을 가로챘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A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해 10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유명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싸게 팔겠다"고 속여 4000원을 뜯어내는가 하면, 틱톡 앱에 "볼펜 만드는 업체를 운영 중이니 부업을 할 사람은 보증금 10만원을 보내라"고 속여 구직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다. 다른 사이트에선 "맨유 베컴 유니폼을 판매한다"며 또다시 선입금을 유도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예비군대원이었던 A씨는 소집통지서를 받지 않기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주지 이동 신고를 하지 않아 지난 2024년 11월 거주 불명 등록되게 만드는 등 예비군법까지 위반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서영효 부장판사)은 지난 4일 사기,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에게 편취금 31만원을 지급하라는 배상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편취 금액이 적지 않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다수 동종 전력이 있고 범행 경위와 편취 금액의 사용처,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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