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재고조] 호르무즈 해협, 여전히 불안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후속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전 세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CNN은 27일(현지시간) 해협 정상화를 선언한 MOU가 맺어졌지만 이란이 해협 통제를 주장하면서 도발을 지속하고 있어 선박들의 자유로운 통항이 제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시작은 25일 방송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경고였다.
IRGC는 성명에서 "어떤 선박도 우리 허가 없이…또는 지정된 경로 외에서 이동하려 한다면 그에 따른 어떤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 수시간 뒤 미 정부 관리는 CNN에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러블리'호가 이란 드론에 맞았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종전 MOU 서명 뒤 선박을 대상으로 행해진 첫 공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우리 휴전 합의에 대한 어리석은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 보복으로 미군은 26일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이란 군사 시설들을 공격했다.
하루 뒤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미 정부 관리는 CNN에 이란 드론들이 탐지됐지만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며 요격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오전 각 해사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한 척이 "신원 미상의 발사체"에 피격당했다고 밝혔다. MOU 서명과 동시에 60일 동안 통행료 없이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MOU에 따르면 이란은 상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으로" 보장해야 한다. 방해받지 않는 통항은 이란이 미국에 양보한 핵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란은 이번 전쟁을 통해 확보하게 된 해협 통제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
모호한 MOU 조항은 이란과 오만이 협력해 이 수로에 관한 "미래 관리 기구를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이란이 정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도록 하는 조항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란이 25일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것은 선박들이 해협의 어디를, 그리고 언제 통과할지 이란이 정하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IRGC는 이란이 승인하지 않은 뱃길은 "용납할 수 없고, 완전히 위험하며, 금지된다"고 밝혔다. 모든 선박들이 IRGC 해군에 협조해 안전하게 통과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설된 이란의 '페르시아만 해협국(PGSA)'은 선박들에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라고 통보했다. 선박 보험을 포함한 '안전 통과 보장'을 받으려면 PGSA의 이메일 허가서를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이 약 34km에 불과한 좁은 호르무즈 해협에는 현재 각기 다른 통제를 받는 3개의 항로가 난립해 있어 선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우선 오만 연안 영해를 통과하는 남부 항로는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는 선박들이 몰리는 곳이다. 좁은 항로에 배들이 몰리면서 선박 간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두 번째는 전쟁 이전에 사용하던 중앙 항로, 세 번째는 이란이 통제하는 북부 항로다.
해사 위험 컨설팅 업체 매리스크스 최고경영자(CEO) 디미트리스 마니아티스는 "이 모든 것들이 매우 혼란스럽다"면서 선사들은 어떤 항로를 이용해야 안전한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마니아티스는 "지금의 환경은 극도로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해운사들은 물리적 위험과 함께 정치적, 경제적 제재 위험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몰려 있다.
이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항로를 선택하면 '에버러블리'호가 그랬듯 이란 IRGC의 드론, 기뢰, 순찰함 등에 의한 보복 공격을 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그렇다고 이란 항로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과 이란 간 MOU가 깨질 경우 이란에 지불한 통행료나 서비스 요금이 미 금융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당장을 통행료를 걷지 않겠다면서도 '해양 서비스 이용료'와 '새로운 환경세'를 물리겠다고 밝혀 아랍 산유국들과 미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에버러블리'호 공격 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걸프만에 고립된 상선 500여척과 선운 1만1000여명을 안전하게 빼내려던 철수 작전을 잠정 중단했다.
글로벌 해운 분석 업체 케블러(Kpler)의 매튜 라이트 애널리스트는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확실한 재개방은 여전히 '60일 휴전 기간'에 묶여 있다"면서 "8월 중순까지 이견이 조율되지 않으면 3개 항로가 더 무질서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척당 100만달러를 웃도는 초대형유조선(VLCC)에 대한 전시 할증 보험료가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다.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물동량은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