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마약중독 벗어나 치유의 길로…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되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세계 마약 퇴치의 날' 맞아
사단법인 은구 마라톤 대회
중독증 치료는 환자만의 몫 아냐
의사·재활치료사·가족·공동체 등
구성원들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
"나쁜 생각 들때 뛰면서 각오 다져"

사단법인 은구(Never Give Up)가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탄천변에서 개최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에서 참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사단법인 은구(Never Give Up)가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탄천변에서 개최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에서 참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마약 중독증 치료는 결국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결국 조력자, 동료들과 함께 해나갈 때 비로소 극복할 수 있어요."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분당세무서 인근 황새울공원에서 만난 부산 거주 26세 남성 약물 회복자 A씨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그는 참석자들과 함께 몸을 풀었다. A씨는 "가만히 있으면 갈망이 올라오고 나쁜 생각이 든다"며 "동료들과 함께하면 그래도 나 혼자 나쁜 길에 빠지면 안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

28일 마약류 치유단체 사단법인 은구(Never Give Up)에 따르면 전날 오전 경기 성남시 탄천변에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기념해 열린 마라톤 대회는 마약류 중독증 치료가 중독자 혼자만의 몫이 아닌 의사와 재활치료사, 지역 사회 등 사회 구성원의 협조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일반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행사에는 경기도민 등 40~50명이 은구의 상징색인 보라색 셔츠를 입고 모였다. 행사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단약 의지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A씨는 17세 때부터 지난해까지 필로폰을 투약했다. 특별한 목적 없이 살았고 부모님도 생업에 바쁘다 보니 마땅히 의지할 곳이 없던 와중에 마약의 검은 마수가 덮쳐왔다. 이후 악순환은 반복됐다. 무료한 삶은 마약의 이유였고, 마약은 다시 정상적인 생활의 의지를 뺏어버리는 족쇄가 됐다. 수사를 받게 되면서 단약을 결심한 A씨는 "운이 좋게 단약이 간절할 시점에 국립부곡병원과 국립법무병원에 입소할 기회를 얻었고, 약물 중독증 치료를 제때 계속해서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부산 NA(익명의 약물중독자들) 모임 소속 회복자 10여명도 코스를 달렸다. 60대 남성 회복자 B씨는 지난 20년 동안 13차례나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다. 혐의는 모두 마약류 사범이다. 계속된 감옥의 '회전문 현상'에서 나온 것은 국립법무병원에 입소한 덕이라고 그는 말했다. B씨는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을 만나기 전까지 단약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계속된 잔소리와 정신과 치료까지 해줬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마약류 중독증 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재활치료사 등이 하나의 팀을 이뤄 치료제 투여와 정신 상담 등을 병행하는 의료 행위다. 은구의 이사인 조 전 원장은 마약류 치료를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바꾸는 일"이라며 "환자가 약을 끊으려 할 때 의사가 PT(개인 트레이닝)처럼 어떻게 단약을 할 수 있는지 코칭하고 정신과적 치료를 통해 주지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구는 마라톤 수익금을 오는 2030년 문을 열 예정인 국내 최초 마약중독 치료 전문병원 설립 후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병원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한다.

은구를 이끄는 남경필 대표(전 경기도지사) 등은 치료와 회복, 예방이 선순환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 대표는 "마약 중독증 예방은 두려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삶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에서 비롯된다"며 "회복자들에게는 희망을, 시민들에게는 마약 예방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은구는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검찰청의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2015~2024년) 마약류 투약 혐의자는 전체 마약류 사범의 50~60%에 육박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마약류 사범은 2만명을 넘어 3만명에 육박한 상태다. 다만 경찰행정학계가 추정하는 마약류 범죄 암수율(숨겨진 범죄 수)이 실제 적발 건수의 약 30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약류 중독증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기자 정보

#마약중독 #치유 #페이스메이커 #약물 회복자 #마라톤 대회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