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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못 담는 기업정보, 대면 IR 통해 신뢰 줄 수 있어[한미재무학회]

파이낸셜뉴스

이영혜 캐나다 앨버타大 재무학 조교수
디지털 소통 늘면서 정보 접근성 확장
전자공시·온라인 설명회·화상회의 등
시간·비용 획기적으로 줄어 분명 효율적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정보 전달은 한계
대면소통 과정에는 비언어적 정보 담겨
기업의 전략·리스크, 경영진의 판단 등
어떤 맥락에서 이해·판단해야 하는지
시장의 해석 돕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

■ 이영혜 교수는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재무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미국 USC 마셜 경영대학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및 경제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 자산운용, 행동재무, 기업재무,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시장 분석 등이다.
■ 이영혜 교수는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재무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미국 USC 마셜 경영대학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및 경제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 자산운용, 행동재무, 기업재무,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시장 분석 등이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현대 자본시장에서 정보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생산되고 널리 공유된다. 기업 공시는 전자공시 시스템을 통해 공개되고, 애널리스트 보고서와 뉴스는 시장 참여자에게 신속하게 전달된다. 더 나아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투자자는 방대한 자료를 더 빠르게 분석하고 투자 판단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보가 많아졌다고 해서 투자 판단이 그만큼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실적 발표도 어떤 투자자는 일시적 부진으로 해석하고, 다른 투자자는 장기적 경쟁력 약화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시장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정보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얻느냐만이 아니라 그 정보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를 가려내는 과정이다.

■정보는 많아졌지만 해석은 더 어려워져

투자 판단에서 정보의 해석이 중요하다면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중 하나는 시장 참여자들이 직접 만나고 교류하는 대면소통이다. 재무학에서는 이전부터 투자자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에 있는 기업에 대해 더 나은 정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역 투자자는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고용 상황, 지역경제 분위기와 관련 뉴스를 더 자주 접할 수 있으며 전통적으로 이러한 정보는 지역 내 투자자, 기업 관계자, 산업 종사자의 공식적 및 비공식적 대면교류를 통해 축적되고 전달됐다. 더 나아가 기관투자자는 경영진을 직접 만나거나 기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문서로 쉽게 정리되기 어려운 비정형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코로나가 보여준 대면소통의 가치

오늘날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대면소통의 역할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통신기술 발달로 멀리 떨어진 투자자도 기업 공시, 타 지역의 뉴스, 온라인 설명회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같은 지역의 투자자들 또한 전화, e메일, 화상회의 등 디지털 수단을 통해 과거 대면으로 이뤄지던 상호작용의 상당 부분을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하게 됐다.

둘째, 공시규제 강화로 중요한 정보가 사적 만남이나 개별 면담을 통해 특정 투자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게 제한됐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할 때 대면소통이 오늘날에도 정보 우위를 제공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글이나 숫자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단서를 전달하는지는 새롭게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저자가 최근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대면 사회적 네트워크와 지역 정보 우위(Face-to-face Social Interactions and Local Informational Advantage)'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한다. 해당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봉쇄조치와 이동제한, 재택근무 확산을 활용해 대면만남이라는 정보전달 채널이 갑작스럽게 약화된 상황을 분석했다. 일반적 상황에서 가까운 지역에 있는 투자자가 더 나은 투자 성과를 낸다는 사실만으로 그 정보 우위가 대면소통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다른 지역 정보 채널에서 비롯된 것인지 밝혀내기 어렵다. 그러나 지리적 근접성이 유지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접촉의 제약은 여러 요인 중 대면소통의 고유한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뮤추얼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의 당시 투자 결정과 성과를 분석하여 대면소통이 맡고 있던 역할을 실증적으로 설명했다.

대면접촉이 제한된 이후 펀드매니저들의 지역 주식 투자 성과는 원거리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동일한 주식을 여러 펀드매니저가 보유한 경우에도 해당 기업과 가까운 지역 펀드매니저의 성과는 원거리 펀드매니저에 비해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당 지역 기업들의 실적이나 재무상태 등 펀더멘털이 악화된 것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 특히 지역 주식에 대한 매수 판단, 즉 향후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적절한 시점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능력이 약해졌으며, 성과 약화는 애널리스트 분석이나 공개 정보만으로 전망을 평가하기 어려운 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대면소통이 기업과 지역에 관한 여러 단서를 해석하고 이를 투자 결정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시사한다.

■신뢰와 맥락… 대면소통이 만드는 정보 우위

그렇다면 대면만남은 무엇을 전달하는가. 크게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신뢰와 맥락을 통한 비정형 정보의 해석이다. 직접 만남에서는 말의 내용뿐 아니라 표정, 목소리의 어조, 시선, 몸짓과 같은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가 함께 전달된다. 또한 상대방이 단순히 화면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대화하고 있다는 사회적 실재감도 강해진다. 이러한 단서와 감각은 서로의 의도와 설명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하게 하고, 상대방 말의 신뢰성을 판단할 근거를 제공한다. 이는 대면소통이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쌓는 과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뢰의 역할은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 사이의 비정형 정보 교환에서 특히 중요하다. 비정형 정보는 수치로 명확히 표현되기 어렵고,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쉽게 검증되지 않는다. 기업의 향후 전망, 전략 방향, 경영진의 판단과 확신은 숫자만으로 완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자는 경영진이 이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말 속에 확신이나 주저함이 드러나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대면소통을 통해 투자자는 이러한 단서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경영진의 설명을 평가할 근거를 얻는다. 본 연구에서는 대면접촉 제약에 따른 성과 약화가 기업 경영진과 펀드매니저 사이의 기본적인 신뢰 수준이 낮은 경우와 투자 관계가 아직 오래되지 않은 경우에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대면만남이 정보 비대칭성이 큰 관계에서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비정형 정보를 공유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경영진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경영진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유인을 가진다. 핵심은 같은 정보라도 어떤 맥락과 논리로 제시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영진은 같은 정보라도 기업의 강점, 향후 전략, 회복 가능성이 더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인상 관리'와도 맞닿아 있다. 예컨대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마진 하락이나 비용 증가를 우려할 때 경영진은 이를 일시적 조정이나 신규 사업 확대 과정의 비용으로 설명하며 향후 수익성 회복 가능성을 부각할 수 있다. 이때 투자자는 대면만남에서 설명의 내용뿐 아니라 어조, 표정, 시선, 질문에 대한 반응 등을 함께 관찰하며 신뢰도를 평가한다. 따라서 대면 만남은 긍정적 메시지의 전달 통로인 동시에, 투자자가 그 메시지의 타당성을 가려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펀드매니저의 투자 결정에서 이 해석과 일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면접촉이 제한된 이후 펀드매니저는 지역 주식의 매도보다 매수 타이밍에서 더 큰 성과 약화를 보였다. 이는 대면소통이 기업의 긍정적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며, 이러한 정보가 펀드매니저의 매수 판단과 더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CEO 보상체계가 주가 변화에 더 민감한 기업일수록 지역 주식의 투자 타이밍의 약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대면만남 중 경영진의 인상 관리와 긍정적 비정형 정보의 전달이 펀드매니저의 매수 판단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을 시사한다.

■AI 시대에도 대면소통은 여전히 중요

물론 이러한 결과가 대면만남이 언제나 온라인 소통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전자공시, 온라인 설명회, 화상회의는 시간과 이동 비용을 줄이고 정보의 접근성을 넓혔다. 인공지능 기술 역시 방대한 공시자료와 회의 내용을 빠르게 정리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본 연구 결과는 기술이 정보의 양과 전달 속도를 높이더라도, 투자자가 그 정보를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고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디지털 소통의 과제는 대면만남을 단순히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면소통이 제공하던 질의응답의 깊이와 신뢰의 단서를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있다.

이러한 관점은 기업의 투자자 관계 활동에 시사점을 준다. 최근 주주총회, 투자자 간담회 등 기업과 투자자가 만나는 주요 소통채널에서 온라인 또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더 넓은 투자자층이 기업 정보와 경영진의 설명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소통 방식의 디지털화가 곧 소통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IR은 단순히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전략과 위험, 경영진의 판단이 어떤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시장이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러한 논의는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가 활발한 한국 자본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특히 개별 종목 거래에서는 단기 주가 흐름, 시장 분위기, 온라인상의 투자 의견 등이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투자자가 기업의 펀더멘털 분석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공시와 뉴스를 단순한 매매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 기업이 관련 정보를 어떤 맥락에서 설명하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경영진이 전략과 위험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설명이 일관성을 갖는지도 기업의 펀더멘털을 해석하는 단서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은 자본시장의 정보 환경을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 투자자는 더 많은 자료를 더 빠르게 접하고 분석한다. 그러나 정보가 풍부해지고 전달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투자자는 여전히 비정형 정보를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그 신뢰성을 판단해야 한다. 정보를 얻고 해석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본 연구는 현재의 기술 환경에서도 대면소통이 고유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술이 정보전달의 속도와 범위를 넓힐수록 대면소통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창구로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pride@fnnews.com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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