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기 90%서 日부품 발견…中·홍콩 거친 '부품 세탁'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첨단무기 기종의 약 90%에서 일본산 부품이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고문은 일본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순항·탄도미사일과 무인기 기종의 약 90%에 일본 기업이 제조한 부품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서방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민간용으로 판매되는 범용 전자부품과 정밀 공작기계가 중국·아랍에미리트(UAE) 등 제3국을 통해 러시아로 우회 수출돼 전쟁 무기 생산에 전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가장 정교한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 Kh-101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교세라의 미국 자회사 교세라 AVX가 제조한 탄탈럼 커패시터가 발견됐다. 이 부품은 극심한 온도 변화와 진동에 강해 미사일 유도 시스템과 같은 고신뢰성 군사 장비에 필수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명단에 오른 일본 기업 13개사 중 5개사는 취재에 대해 "정보가 제한적이라 자사 제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1개사는 "그룹사의 제품이 전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우회 수출 가능성을 일부 인정했고, 또 다른 1개사는 타사 제품이라고 부인했다. 나머지 6개 기업은 답변을 거부했다.
러시아가 일본산 부품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그림자 조달 네트워크'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 네트워크의 핵심 중계지로는 중국과 홍콩이 지목된다. 이를테면 엘살바도르에서 생산된 교세라 AVX의 커패시터는 중국의 합법적인 무역상을 통해 수입된 뒤, 서류상 목적지가 위조돼 러시아의 유령 회사로 재수출되는 '부품 세탁'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번 폭로로 대러시아 제재망을 우회하는 '제3국 경유 유통망'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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