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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다 호르무즈…이란의 마지막 협상카드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얕은 물가에서 트랙터가 소형 보트를 끌고 있는 모습. 뒤로는 화물선과 산업용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얕은 물가에서 트랙터가 소형 보트를 끌고 있는 모습. 뒤로는 화물선과 산업용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휴전은 성사됐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새로운 충돌 지점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지난주 양국은 일반 상선의 항행 문제를 둘러싸고 맞섰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양보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만큼은 끝까지 확보해 미국을 견제할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반면, 미국은 국제 수로에서의 항행 자유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휴전 후 첫 충돌…호르무즈 놓고 정면 대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단독 관할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매체에 따르면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통행 관리와 완전한 정상화는 이란의 책임"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어떤 국가나 단체도 책임이나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무력 충돌을 벌였다. 이란은 오만 해안을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을 공격했고,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이번 충돌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앞서 오만과 유엔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만 영해만을 지나는 새 항로를 지정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자국이 단독 통제한다는 이란의 전략적 구상이 흔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란은 상선들이 자국 해안을 따라 지정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은 오만을 경유하는 새 항로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란은 해당 항로 이용에 대해 사전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일단 추가 공격을 중단하고 정상급 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회담이 이르면 30일 열릴 수 있으며, 의제는 최근 다시 전면에 부상한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핵보다 중요한 카드 된 호르무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마지막 전략적 지렛대를 잃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이 진전될 경우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넘기거나 희석하는 방식으로 핵 억지력의 일부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호르무즈 해협은 핵 억지력을 대신할 사실상 유일한 전략 카드가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이다. 이란이 이 수로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한, 협상장에서는 제재 완화와 동결자산 해제를 요구할 수 있고, 협상이 결렬되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가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란 입장에서 호르무즈는 평화협상 국면은 물론 다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 자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오만 영해를 지나는 새 항로에 대한 이란의 강한 반발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이란은 핵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에 호르무즈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경우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낼 여지가 줄어든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수석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뉴욕타임스(NYT)에 "최선의 시나리오든 최악의 시나리오든, 이란에게는 이 지렛대가 필요하다"며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에 그 지렛대가 약화되는 것을 이란이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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