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남의 땅 30년 점유해도… 대법 "소유 의사 없으면 시효취득 안 돼"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 타인의 땅을 상당 부분 침범해 건물을 지었다면 그 땅이 남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여 년간 건물을 점유해 온 건물주가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토지주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부친은 1966년 경기 파주시 땅 106㎡를 사들였고, B씨는 1993년 인접한 땅 76㎡를 매입해 그 위에 근린생활시설을 지은 뒤 그해 12월 소유권보존 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B씨의 건물은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에 적힌 내용과 달리 면적 대부분이 A씨 부친 땅 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1999년 B씨 소유였던 인접 토지를 경매로 취득했고, 2010년 부친 토지도 일부 상속받아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이를 뒤늦게 안 A씨는 2023년 10월 "B씨가 땅을 무단 점유한 기간만큼 임차료를 내야 한다"며 임대료 2954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는 "1993년부터 20년 넘게 소유 의사를 갖고 평온하게 토지를 점유했으므로 오히려 A씨가 소유권을 넘길 의무가 있다"며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민법 245조는 '20년간 소유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한다.

1·2심은 B씨가 20년 이상 토지를 평온하게 점유했다고 보고 2013년 12월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B씨 손을 들어줬다. A씨는 "B씨가 남의 땅인 걸 알면서도 건물을 지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가 소유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B씨가 침범한 A씨 부친 땅의 면적이 통상적인 시공상의 착오를 넘어 상당한 정도에 이른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씨는 건축 과정에서 부지 위치와 면적 등을 확인해 건물이 타인 땅을 침범했음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1999년 경매로 인접 토지 소유권을 잃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건물이 타인 땅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을 지적하며 "B씨의 건물 소유에 따른 토지 점유는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는 점유취득시효에서의 자주점유(소유할 의사로 하는 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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