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 '빚의 시간' 마주했다… 위성곤 인수위, 재정혁신 권고
민선 9기 100대 과제 점검회의서 재정 진단
올 연말 채무잔액 2조8579억원 추계
관리채무비율 17.02%, 전국 평균 2배 웃돌아
2027년 모든 사업 예산 원점 재검토 제안
지방채 억제·중복사업 구조조정 등 5대 과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민선 9기 제주도정 출범을 앞두고 재정 건전성이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방채 발행 확대와 반복적인 예산 집행 부진, 일부 사업의 비합리적 운용 관행이 맞물리면서 새 도정이 출범 초기부터 강도 높은 재정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29일 제40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28일 오후 7시 인수위 회의실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과 김일환 인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9기 100대 과제 점검회의'를 열고 제주도 재정 상황을 점검했다.
인수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의 재정 운용 기조를 방치할 경우 도정 운영의 부담이 도민과 다음 세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사업을 추진하려면 먼저 불필요한 지출 구조와 반복되는 예산 관행을 정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인수위는 "현 재정 기조를 방치하면 부채가 누적돼 도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다음 세대에 부담을 넘기지 않도록 민선 9기 도정이 신속한 재정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제주도가 인수위에 제출한 채무관리현황에 따르면 2025년 실질채무 잔액은 2조5340억원이다. 올해 말에는 2조8579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다. 관리채무비율도 2025년 기준 17.02%로 전국 평균 8.24%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채무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채무 상환액은 2025년 2505억원, 2026년 2436억원, 2027년 3654억원, 2028년 4389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인수위는 현재 기조가 유지되면 2027년부터 매년 5000억원 안팎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민 1인당 채무 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수위는 도민 1인당 일반채무액이 2018년 53만원에서 2026년 279만원으로 5배 이상 증가해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인수위는 재정 위기를 키운 대표적 사례로 지역화폐 탐나는전 예산 운용, 상환 계획이 불분명한 선 지방채 발행, 성과가 불명확한 기금 사업과 집행 부진 사업을 지목했다.
탐나는전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를 1대 1 비율로 집행하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지방비 편성 없이 국비 150억원을 먼저 사용한 것으로 인수위는 파악했다. 당초 계획에 없던 2월 추가 10% 할인 행사에 필요한 77억원을 예비비로 충당하려 한 점도 문제로 봤다.
지방채 발행 과정도 쟁점으로 제시됐다. 현 도정은 2026년 예산안 제출 당시 4500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 계획에 대해 도의회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인수위 출범 이후에는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보고한 뒤, 별도 사전 설명 없이 1000억원을 발행했다는 것이 인수위 설명이다.
관광진흥기금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제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공사와 민간에 지원하는 예산은 2022년 306억원에서 2026년 420억원으로 늘었지만, 현장에서는 관광산업이 여전히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는 기금 지원이 특정 조직이나 업체에 치우치고 있는지, 지원 과정에서 현장 종사자들이 배제되는 구조가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예산 집행 부진도 구조조정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인수위는 2026년 일반회계 예산 가운데 6월까지 한 푼도 지출되지 않은 사업 예산이 5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집행하지 못하는 사업이 반복된다면 다음 연도 예산 편성 때 원점에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민선 9기 도정에 '재정 건전화 5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5대 과제는 2027년 모든 사업 예산의 전면 원점 재검토, 지방채 발행 최소화를 위한 억제 정책 수립, 유사·중복 사업과 공공기관·조직의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 재정 연계 '5극 3특' 정부 정책 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 지역 국회의원단과의 상시 협조 체계 구축을 통한 국비 확보 TF 구성이다.
재정 혁신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새 도정의 정책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민생 추경과 청년·돌봄·산업 전환 등 새 도정 핵심 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의 성과와 필요성을 따지고,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인수위는 "과도한 부채와 비효율적 예산 관행을 정리하는 재정 다이어트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민생·미래사업 추진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 재정을 냉정히 진단하고 인수위 혁신 과제를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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