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어쩌다 해피엔딩' 성공 잇는다…'아이비·렛미플라이' 브로드웨이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세계로 무대 넓히는 K뮤지컬
13년 시카고 록시 연기한 아이비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 데뷔
렛미플라이는 美페스티벌에 초청
배우·창작가 글로벌 러브콜 잇따라
창작 생태계 전반 정부 지원 결실
K-뮤지컬국제마켓에 글로벌 관심
亞 뮤지컬 산업 교류 허브로 도약

한국 창작뮤지컬 '렛미플라이' 홍콩 공연.
한국 창작뮤지컬 '렛미플라이' 홍콩 공연.
아이비가 2024년 공연된 뮤지컬 '시카고'에서 열연하고 있다. 프로스랩·신시컴퍼니 제공
아이비가 2024년 공연된 뮤지컬 '시카고'에서 열연하고 있다. 프로스랩·신시컴퍼니 제공

"처음 브로드웨이 오디션 제안받았을 때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어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내게 기적 같은 일이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아이비(43)가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고, 대학로 창작뮤지컬 '렛미플라이'가 '더 라스트맨'(영국)에 이어 미국 무대 진출에 나선다. 여기에 국내외 제작자와 투자자를 잇는 'K-뮤지컬국제마켓'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면서 K뮤지컬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입성…"영어 무대는 기적 같은 일"

아이비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카고'는 굉장히 미국적인 작품이라 오디션을 보면서도 한국식 영어 억양을 가진 배우에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미국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시카고'에 록시 하트 역으로 출연한다. 한국 배우가 국내 프로덕션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브로드웨이에서 동일한 배역을 맡는 것은 아이비가 처음이다. 아이비는 지난 2012년 '시카고' 국내 라이선스 공연에서 록시 하트 역에 처음 합류했다. 뛰어난 무대로 그해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13년간 록시 하트 역을 여섯 차례나 소화했다.

아이비는 지난 1년간 세 차례 영상 오디션 끝에 배역을 따냈다. 9명의 원어민 강사에게 비즈니스 영어 회화부터 발음·억양·연기까지 집중적으로 훈련하며 브로드웨이 데뷔를 준비 중이다.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K컬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시카고' 국내 프로덕션을 담당한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은 최근 뉴욕과 런던을 오갈 때마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회의를 시작하기 전 한국 문화에 대해 20~30분씩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며 "이제는 한국 배우와 스태프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시대를 넘어,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협업해 글로벌한 작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렛미플라이' 미국 진출…창작 생태계도 글로벌화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렛미플라이'는 오는 8월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빌리지 시어터가 개최하는 '페스티벌 오브 뉴 뮤지컬즈'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페스티벌 오브 뉴 뮤지컬즈'는 리딩 공연과 워크숍, 관객 피드백, 대본과 음악 수정 등을 거치는 미국 지역극장 기반 신작 개발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80편 이상의 신규 뮤지컬을 개발했다.

홍윤경 프로스랩 프로듀서는 29일 "'렛미플라이'를 처음 개발할 때부터 영미권 진출을 목표로 했다"며 "영어 제목을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K-뮤지컬 로드쇼'에서 40분 분량의 리딩 쇼케이스를 선보인 이후 현지 극장으로부터 직접 참가 제안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는 작가 조민형과 작곡가 민찬홍, 대본과 가사를 번역한 배우 마이클 리가 현지 연출, 음악감독, 스태프들과 함께 일주일간 워크숍과 쇼케이스에 참여한다.

홍 프로듀서는 "미국에서 사랑받는 작품으로 성장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현지의 창작 과정을 단계적으로 경험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을 밟아보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수상은 한국 뮤지컬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다. 그는 "한국 뮤지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현지에서도 체감했다"며 "창작 초기 개발부터 해외 진출까지 정부 지원이 확대된 점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창작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제언도 내놨다. 홍 프로듀서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려면 좋은 창작자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며 "작가와 작곡가 등 신진 창작자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영국처럼 창작 작품 제작비 일부를 환급하는 제도 등 세제 지원이 확대된다면 새로운 작품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은 '2026 K-뮤지컬국제마켓'을 K뮤지컬의 해외 진출 지원을 넘어 아시아 뮤지컬 산업의 교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 행사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다. 글로벌 피칭은 영국·일본·중국·대만 등 4개국 11개 작품으로 확대했으며, 일본과 중국 작품이 참여하는 글로벌 쇼케이스도 처음 선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장호 대표는 "국내 창작 뮤지컬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주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올해 K-뮤지컬국제마켓은 글로벌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확장한 만큼,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견인하고 아시아 뮤지컬 교류의 허브를 구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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