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 감독이 바라본 '탈북 이후의 삶'
韓·덴마크 공동제작 ‘하나 코리아’
난민·이주민 삶과도 맞닿은 이야기
탈북 여성의 남한 정착기를 그린 영화 '하나 코리아'는 제작진 구성부터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한국적 현실을 소재로 삼았지만, 메가폰을 잡은 이는 덴마크 영화감독 프레드릭 쇨베르(사진)다. 여기에 애플TV+ '파친코'의 김민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김주령, 봉준호 영화 '옥자'로 주목받은 안서현이 출연했다. 봉 감독의 통역사로 잘 알려진 최성재 작가가 공동 각본에 참여한 한국·덴마크 공동제작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영화는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 분)이 북한에 홀로 남겨진 아픈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혜선은 한국에 도착한 뒤 국가정보원 조사를 거쳐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낯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세워 나간다.
'하나 코리아'가 주목하는 지점은 탈북의 극적인 과정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이다. 혜선은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홀로 중국으로 향했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모친의 '독사처럼 살아라'는 말처럼 생존을 위해 때로는 비겁한 선택도 한다. 하지만 끝내 인간의 존엄만은 포기하지 않은 채 위기를 극복했고, 또 극복하고 있다. 영화는 차갑고 낯선 현실 속에서도 간호사의 꿈을 놓치지 않는 혜선의 지극히 평범한 듯 녹록지 않은 일상과 절제된 표정을 차분히 따라가며 서서히 그의 존재를 관객의 뇌리에 새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 관객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쇨베르 감독은 지난 26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약 15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통일이 소원'이고 '우리는 하나'라는 두 한국인의 대화를 듣고 분단이 개인과 가족의 삶에 어떤 상처와 흔적을 남기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영화의 모티브가 된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구상했다. 쇨베르 감독은 "용기와 회복력이 매우 강한 젊은 여성이었다"며 "사람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고향을 떠나 다른 삶을 선택하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성재 작가도 탈북 이후의 시간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리서치를 하며 가장 와닿았던 것은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겪는 생활의 어려움만이 아니었다"며 "실제로는 생활이 어느 정도 안착한 뒤, 첫 5년 이후가 더 힘들다고 하더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내려오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단절의 감정을 더 깊이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화 속 혜선의 여정은 한국적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향을 떠나 낯선 사회에서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하는 이들의 보편적 감정으로 확장된다. 난민과 이주, 정착의 문제를 겪는 세계 곳곳의 관객에게도 닿을 수 있는 이야기다. 다음 달 8일 개봉.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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