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흉기 소지했단 사실만으론 '우범자' 처벌 못 해"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법원. 뉴스1
대법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웃에게 폭행당한 뒤 흉기를 들고 인근을 돌아다녔다는 사실만으로는 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폭행, 재물손괴, 주거침입,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우범자)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7월 아파트 이웃 주민 B씨에게 폭행당해 머리를 다친 뒤 인근 마트 정육점의 식칼을 들고 주변을 돌아다닌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해 5월 금전적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수를 때리고 형수 소유의 항아리 뚜껑을 깨뜨린 혐의 등도 받았다. A씨는 1·2심에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를 폭행한 B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폭력행위처벌법 7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 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준비해뒀다가 씀)될 우려가 있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휴대'에 대해 "범죄 현장에서 사용할 의도 아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는 것"이라며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사실에 A씨가 어떤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식칼을 휴대했는지 아무런 기재가 없고, 수사기관에서 원심에 이르기까지 그에 관한 진술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에게 폭행당해 상해를 입은 다음 식칼을 가지고 왔다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이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부분을 나머지 유죄 부분과 경합범으로 묶어 하나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전부 깨고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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