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않겠다" LA 공항서 묵묵히 팬들 위로한 손흥민, 1일 입국 [2026 월드컵]
34위 광탈 속 엇갈린 귀국길… 캡틴 손흥민, 이재성·김승규와 함께 1일 오전 인천공항 입국
LA 공항서 묵묵히 팬들 위로하며 사진 찍어준 '월클의 품격'
"죽기 살기로 다시 뛰겠다" 국가대표 은퇴설 일축… 상처투성이 주장이 남긴 굳은 결의
[파이낸셜뉴스] 참담한 실패 앞에서 리더의 진짜 품격이 드러났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4위라는 역사적인 참사 속에서, 도망치듯 새벽 공항을 빠져나간 수장과 달리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34·LA FC)은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무너져 내린 가슴을 부여잡고도 묵묵히 팬서비스에 임하며 씁쓸하고도 외로운 귀국길에 올랐다.
손흥민은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에서 대표팀 동료인 이재성, 김승규 등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이 탑승한 후발대 비행기는 7월 1일 오전 일찍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앞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승점 3)로 A조 3위에 머물렀다.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지켜보며 32강 와일드카드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며 최종 34위로 대회를 허무하게 마감했다.
이후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를 떠난 대표팀은 항공권 확보의 어려움을 핑계로 사상 초유의 '쪼개기 귀국'을 단행했다. 홍 감독과 이강인, 김민재 등 8명은 30일 새벽 환영 행사도 없이 '도둑 입국'을 택했다.
반면, 캡틴 손흥민의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귀국을 앞둔 LA 국제공항 현장에서는 손흥민이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온 팬들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하며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신의 네 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가혹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먼 타국까지 응원 온 팬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월드클래스 주장의 의연함이 돋보인 장면이다.
출국에 앞서 손흥민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팬들을 향한 피 끓는 참회와 다짐을 동시에 전했다. 그는 "가장 먼저 한국 국민 여러분과 팬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 말 한마디로 실망과 상처를 담아낼 수 없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어 "늘 말해왔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솔직한 고통을 털어놨다.
하지만 일각에서 불거진 '국가대표 은퇴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손흥민은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달려보겠다"면서 "팬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 준비하겠다"며 굳건한 태극마크의 의지를 불태웠다.
도망친 사령탑이 남긴 빈자리와 싸늘해진 여론. 그 무거운 짐을 온전히 홀로 짊어진 상처투성이 캡틴은 이제 팬들과의 새로운 약속을 품고 1일 오전 묵묵히 한국 땅을 밟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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