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제주 바다, 한치·갈치 어장 흔든다… 고수온·저염분수 감시 강화
올여름 연안 표층 수온 평년보다 1도 높을 전망
5~6월 제주 연안 수온 지난해보다 1~1.5도 상승
한치 6월 어획량 2021년 215t서 2024년 55t 급감
갈치도 고수온 때 어장 약화·분산 경향 확인
해양수산연구원, 수온·염분 실시간 예측체계 가동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바다가 빠르게 뜨거워지면서 한치와 갈치 등 제주 대표 어종의 어장 변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수온은 어장 형성을 흔들고, 중국 양쯔강 유출수에서 비롯되는 저염분수는 마을어장과 양식장 피해 위험을 키우는 복합 변수다.
1일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올여름 고수온과 저염분수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제주 연안 관측망을 확대하고 실시간 수온·염분 예측체계를 상시 가동한다.
제주 연안의 여름철 고수온 발생 시기는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올여름 우리나라 연안 표층 수온은 평년보다 약 1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이 올해 5~6월 제주 연안 13개 정점을 관측한 결과 표층 수온은 지난해보다 1~1.5도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수온 상승이 단순한 해양 관측 수치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주 어민과 관광객에게 익숙한 한치, 갈치 같은 대표 어종은 수온과 해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장 형성이 흔들리면 조업 효율이 떨어지고, 어획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지역 한치 6월 어획량은 2021년 215t에서 2022년 103t, 2023년 93t, 2024년 55t으로 줄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2024년 6월 어획량은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치 어획 감소의 배경으로는 고수온에 따른 어장 이동과 먹이생물 변화가 꼽힌다. 한치가 머무는 데 적합한 수온은 20~24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제주 바다 수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면 한치 어장 형성이 약해지고, 조업에 나서도 예전만큼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갈치도 수온 변화의 영향을 받는 제주 대표 어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에 따르면 갈치는 주요 조업 시기인 8월 수심 20m 수온이 21~23도일 때 어장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어획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수온이 27~29도로 높아지면 어장이 약화하거나 분산돼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남해안 연안어업 기준 갈치 어획량은 2008년 1만2212t을 정점으로 감소해 2024년 3957t까지 떨어졌다. 제주 연안복합어업 갈치 어획량도 2017년 약 1만t에서 2024년 약 4000t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고수온이 제주 수산업의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어종별 어장 구조를 바꾸는 상시 위험으로 떠올랐다.
저염분수도 제주 바다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여름철 중국 양쯔강 유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담수가 대량으로 바다에 유입된다. 이 물은 남서 계절풍과 해류를 타고 제주 남부와 서부 해역까지 확산될 수 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에는 최저 염분 25.5psu의 저염분수가 제주 연안 약 3㎞ 앞까지 접근했다. psu는 바닷물 염분을 나타내는 실용염분단위다. 올해는 양쯔강 유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제주 서부와 남서부 해역을 중심으로 감시 필요성이 더 커졌다.
저염분수를 한치와 갈치 어획 부진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복, 소라, 홍해삼 등 마을어장 생물과 양식 생물에는 급격한 염분 변화가 치명적일 수 있다. 고수온과 저염분수가 겹치면 어업 현장은 어종 이동, 폐사 위험, 조업비 증가라는 복합 부담을 안게 된다.
해양수산연구원은 7월부터 제주 서부와 남서부 해역을 중심으로 수온과 염분을 집중 관측한다. 현장 조사와 함께 자체 개발한 실시간 수온·염분 해양 수치 예측시스템을 활용해 고수온 발생과 저염분수 유입 가능성을 상시 예측한다.
주요 양식장과 마을어장의 실시간 관측 자료도 연계한다. 현장 관측 결과, 양식장 수온 정보, 수치 예측 정보, 일별 양쯔강 유출량 정보는 해양수산연구원 누리집을 통해 제공된다. 어업인이 바다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조업과 양식장 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대응은 기후변화가 제주 수산업의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에는 고수온과 저염분수가 일시적 재해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여름철마다 반복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상시 위험이 되고 있다. 제주 수산업은 한치와 갈치 같은 대표 어종의 어장 변화, 마을어장 생태계 변화, 양식장 관리 부담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봉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장은 "기후변화로 고수온·저염분수 등 해양환경 변화가 잦아진 만큼 실시간 관측·예측으로 제주 해역을 빈틈없이 감시하겠다"며 "관측 자료를 신속히 제공해 양식어가와 어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선제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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