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실험만 하는 과학수업 바꿨다"… 제주 초등교사 현장연구 전국대회 수상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제주초 고윤정 교사,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2등급
AHA! ABI 탐구 수업으로 초등 과학역량 함양
5학년 94명 대상 질문·탐색·논증형 수업 적용
과학적 사고력·탐구능력·의사소통능력 향상 확인
제주교총 "교원 연구활동·현장 확산 적극 지원"

장정훈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왼쪽)과 고윤정 신제주초등학교 교사(세 번째) 등이 제70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2등급 수상 시상식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 교사는 ‘AHA! ABI 탐구 수업 프로그램을 통한 초등 과학역량 함양’ 연구로 한국교총 회장상을 받았다. /사진=제주교총 제공
장정훈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왼쪽)과 고윤정 신제주초등학교 교사(세 번째) 등이 제70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2등급 수상 시상식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 교사는 ‘AHA! ABI 탐구 수업 프로그램을 통한 초등 과학역량 함양’ 연구로 한국교총 회장상을 받았다. /사진=제주교총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초등교사가 학생이 직접 질문하고 실험하며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과학 수업 연구로 전국 단위 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수상했다. 과학 수업이 실험 체험에 머물지 않고, 학생이 스스로 묻고 탐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의 의미가 크다.

2일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제주교총은 지난 6월 30일 제70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서 2등급을 수상한 신제주초등학교 고윤정 교사에 대한 시상식을 열었다.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는 교육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전국 규모 연구대회다.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직접 수업을 설계하고 적용한 뒤 교육적 효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원의 연구활동을 장려하고 우수한 수업 사례를 학교 현장에 확산하기 위한 대회다.

고윤정 교사는 'AHA! ABI 탐구 수업 프로그램을 통한 초등 과학역량 함양' 연구로 제70회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과학 분과에서 2등급인 한국교총 회장상을 받았다. 올해 과학 분과에서는 1등급 수상자가 나오지 않아, 고 교사의 2등급 수상은 해당 분과 최고 등급 수상에 해당한다. 연구는 초등 5학년 학생 94명을 대상으로 2025년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AHA! ABI는 학생이 과학 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직접 탐색하고, 배운 내용을 적용한 뒤 주장과 근거를 세워 토론하고, 지식을 정리해 표현하는 수업 프로그램이다. ABI는 논의 기반 탐구 수업을 뜻한다. 쉽게 말해 교사가 정답을 먼저 설명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과학자처럼 의문을 만들고 실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고 교사의 AHA! ABI 프로그램은 Ask 질문, Handle 탐색, Apply 적용, Argue 주장·논증, Build 지식 구축, Illustrate 표현 등 6단계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다양한 생물과 생활', '날씨와 일상생활', '생활 속 산과 염기' 등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탐구 활동을 수행했다.

수업 내용도 제주와 생활 속 문제를 연결했다. 학생들은 제주의 전통 발효식품을 조사해 홍보자료를 만들고, 제주의 계절별 날씨 특징을 살핀 뒤 날씨 마케팅 상품 판매 전략을 설계했다. 산성 용액과 염기성 용액을 생활 속 사례와 연결해 만화로 표현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신제주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주의 전통 발효식품을 주제로 홍보자료를 제작하고 발표하고 있다. 고윤정 교사의 연구는 초등 과학 수업에 질문·탐색·논증·표현 과정을 결합해 학생들이 과학 개념을 지역 생활문화와 연결해 이해하도록 설계됐다. /사진=연구보고서 갈무리
신제주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주의 전통 발효식품을 주제로 홍보자료를 제작하고 발표하고 있다. 고윤정 교사의 연구는 초등 과학 수업에 질문·탐색·논증·표현 과정을 결합해 학생들이 과학 개념을 지역 생활문화와 연결해 이해하도록 설계됐다. /사진=연구보고서 갈무리

이 수업의 핵심은 '근거 있는 말하기'다. 학생들은 실험 결과를 단순히 적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해야 했다. 친구의 주장도 듣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근거를 비교하면서 과학적 사고를 키우는 구조다. 과학 수업에서 토론과 글쓰기를 결합한 점도 눈에 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 적용 뒤 과학적 사고력은 사전 평균 3.59점에서 사후 3.97점으로 올랐다. 과학적 탐구능력은 3.60점에서 3.96점, 과학적 문제해결력은 3.61점에서 3.90점, 과학적 의사소통능력은 3.64점에서 3.90점으로 향상됐다. 네 영역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학생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연구보고서에는 학생들이 "실험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제주의 전통 발효식품을 알게 돼 좋았다", "바람이 부는 까닭을 기압과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어려운 과학 개념을 생활 경험과 연결한 수업이 학생의 흥미와 이해를 높였다.

다만 과학적 참여와 평생학습능력은 평균 점수 상승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보고서는 참여 태도와 지속 학습 의지 같은 정의적 영역은 단기간 수업만으로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교육 경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고 교사의 연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 탐구 중심 학습, 미래 핵심역량과도 맞닿아 있다. 지식을 외우는 과학에서 벗어나 학생이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찾고, 실험하고, 친구와 논의하며 자기 언어로 설명하는 수업 모델을 현장에서 검증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장정훈 제주교총 회장은 시상식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둔 고윤정 교사께 축하를 전한다"며 "교원의 연구 의욕을 높이고, 현장 중심의 우수한 연구 성과가 학교 현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교총은 앞으로도 교원의 연구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수업 연구 성과를 공유·확산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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