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끌고 반도체가 밀었다…美증시 6년 만의 질주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증시가 6년 만에 최고 분기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란과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인공지능(AI) 거품 논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잇단 악재에도 반도체주 강세와 기업 실적 개선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만 하반기에는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증시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오를 전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30일(현지시간) 6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상승률을 기록했다. S&P500은 전 거래일보다 58.93포인트(0.79%) 오른 7499.36, 나스닥은 393.58포인트(1.52%) 상승한 2만6213.72에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의 2·4분기 상승률은 각각 14.9%, 20%로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S&P500과 나스닥은 올해 들어 각각 24차례와 20차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상반기 기준 5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0.3% 오르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상반기 전체로는 8.8% 상승했다.
이번 랠리는 반도체 기업과 대형 기술주가 주도했다.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으로 불리는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는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약 30% 급등했다. 특히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이번 분기에 242%, AMD는 186%, 브로드컴은 22%, 엔비디아는 15% 각각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도 88% 급등하며 사상 최고 분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반기 증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월가에서는 AI 중심의 상승장이 금융·산업재·중소형주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고평가 논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커졌다. 실제 매그니피센트7은 6월 한 달 동안 약 9% 하락했다. 크리스티나 후퍼 맨그룹 수석 시장전략가는 뉴욕타임스(NYT)에 "혁신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투자자들은 기업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한다"며 "하이퍼스케일러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 역시 핵심 변수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는 최근 4.1%까지 올라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물가 전망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채 금리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상승하고 있다.
네이선 투프트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재 글로벌 중앙은행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크며 그 중심에는 연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상승세가 대형 기술주를 넘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와 다우존스 운송평균지수는 모두 1991년 이후 가장 좋은 연초 성적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이 4.2%, 헬스케어가 6.5%, 산업재가 7.2% 상승한 반면 정보기술과 커뮤니케이션서비스는 각각 3%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일부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이동하는 '확산 장세'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앞으로는 기술주만의 장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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