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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도 덥고, 먹어도 찌고 빠지고… 갑상선이 보내는 위험 신호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갑상선기능저하증 VS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VS 갑상선기능항진증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갑상선 질환 여성 환자수는 약 125만 명이다. 그중 43%가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이고 15%가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다. 두 질환을 합치면 전체 여성 갑상선 질환의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여성에게 이렇게 흔히 발생하는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어떤 질병일까?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되어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량이 현저히 모자란 병이다. 이 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해 신진대사가 매우 느려진다. 모든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몸이 계속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심장이 느리게 뛰고 추위를 심하게 타고 식욕이 사라진다. 그런데 많이 먹지 않아도 살이 계속 찐다. 영양분이 신진대사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니 지방으로 축적돼서 살이 찌는 것이다. 피부 진피층에 단백질이 쌓여 피부가 붓고 단단해지는 점액부종이 생기기도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반대로 갑상선이 갑상선호르몬을 너무 많이 분비하는 병이다. 호르몬이 너무 많으니 신진대사 속도가 빨라진다. 심장도 빨리 뛰고 몸에 열이 나서 땀을 많이 흘린다. 허기가 져서 열심히 먹는데 살이 계속 빠진다.

일부 환자들에겐 갑상선안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안구 안쪽의 지방조직이 부풀어오르고 근육이 확대되면서 그 압력으로 눈이 앞으로 돌출되는 증상이다. 결막부종, 안구건조 등을 동반하는데 심하면 시신경이 눌려 실명이 될 수도 있다. 돌출 정도가 심하면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바로잡아도 눈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안와감압술이라는 외과수술로 안구를 정상 위치로 되될리는 수술을 시행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기능항진증의 가장 큰 원인은 면역세포의 공격이다. 기능저하증은 면역세포가 티로글로불린(thyroglobulin)과 갑상선과산화효소 항체를 만들어 갑상선을 공격한다.

이 두 항체는 갑상선의 기능을 저하시켜 T3와 T4의 분비량을 줄어들게 한다. 이러한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하시모토갑상선염'이라고 칭하는데 전체 갑상선기능저하증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갑상선에 실제로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발생하는 염증, 요오드 부족, 방사선 노출로 인한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이 차지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유발하는 항체는 갑상선자극면역글로불린(TSI)과 갑상선자극호르몬수용체(TSHR)에 대한 항체이다. TSI는 화학적으로 갑상선자극호르몬처럼 작용해서 갑상선으로 하여금 더 많은 양의 T3와 T4를 분비하게 만들고, TSHR은 T3와 T4의 수용체처럼 작용해서 갑상선호르몬의 작용을 증폭시킨다.

이렇게 항체의 공격으로 인한 갑상선기능항진증을 '그레이브스병'이라고 부르며 전체 갑상선기능항진증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염증, 결절(종양 또는 샘종 등의 덩어리) 등으로 인한 기능항진이 차지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기능항진증은 조기에 발견하기만 한다면 큰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완치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검사하여 약의 용량이나 치료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면 모든 증상이 멈추고 정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보통 T4를 합성한 레보티록신제제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 약을 복용하면 갑자기 기초대사가 늘어나서 심장병, 고혈압, 당뇨, 부신피질기능부전, 뇌하수체기능부전 환자에게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40대 이상의 환자들에게 레보티록신을 처방할 때는 기저질환 여부를 꼼꼼히 살펴 약물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라면 레보티록신 복용과 더불어 당뇨병 치료제의 용량을 늘려야 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저하증에 비해 치료가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호르몬 수치를 낮추려면 항갑상선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대부분 잘 듣지만 환자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간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방사성 요오드를 경구 투여하여 갑상선 세포를 일부 파괴하거나 외과수술로 갑상선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제거해야 한다.

치료 후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행이지만 호르몬을 분비할 갑상선 세포가 너무 없어서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평생 레보티록신을 복용하여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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