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장애냐?" 32강 참사에 기립박수 친 獨 총리, 대국민 조롱거리 전락 [2026 월드컵]
라과이전 승부차기 패배 직후 메르츠 총리 "감동 줬다, 대단한 경기" 트윗… 성난 민심 1만 악플 폭격
[파이낸셜뉴스] 과거 전 세계를 호령하던 '전차군단' 독일 축구의 민낯이 잔디 위를 넘어 정치판까지 번지며 거대한 한 편의 블랙 코미디로 전락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광탈이라는 굴욕적인 참사 앞에서, 국가의 수장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눈치 없이 꺼내든 '칭찬' 한마디가 들끓는 민심에 거대한 기름을 부어버렸다.
조별리그 최종전 에콰도르전 충격 패배에 이어 파라과이와의 32강전마저 승부차기 끝에 3-4로 덜미를 잡히며 짐을 싼 독일 축구대표팀. 온 나라가 초상집이 된 29일(현지시간), 메르츠 총리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탈락은 뼈아프지만, 정말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들의 투지와 완벽한 팀워크가 독일 전역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는 기막힌 헌사를 남겼다.
성난 축구 팬들에게 이 게시물은 완벽한 도발이었다. 불과 하루 만에 1만 1천 개가 넘는 조롱 섞인 악플이 빗발쳤다. 현지 누리꾼들은 "도대체 혼자 어떤 경기를 본 거냐", "인지 장애로 유명하다더니 또 시작이다", "축구를 보는 수준이 당신의 정치력만큼이나 형편없다"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야당인 자유민주당(FDP)의 마리아그네스 슈트라크치머만 의원조차 "야망도, 전술적 아이디어도 없이 무기력하게 당한 대표팀이나, 이 형편없는 총리의 분석이나 도긴개긴"이라며 "대표팀의 무능함이 딱 현 연방정부의 꼬라지와 같다"고 융단폭격을 가했다.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메르츠 총리는 이튿날 "가슴에 독수리 마크를 단 선수들은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황급히 방어막을 쳤지만, 이미 민심은 싸늘하게 식은 뒤였다. 외신들마저 "독일 내에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샤덴프로이데' 정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지지율 바닥을 기고 있는 총리의 헛발질을 비꼬았다.
그라운드 밖이 총리의 망언으로 시끄럽다면, 그라운드 안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뻔뻔함으로 난장판이다.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조별리그 광탈에 이어 세 대회 연속 조기 짐을 싼 나겔스만 감독은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협회가 날 원하지 않는다면 그때 자르라"며 노골적인 버티기에 들어갔다. 성난 독일 여론은 이미 그를 지우고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을 차기 구원투수로 강력하게 부르짖고 있다.
여기에 나겔스만 감독의 억지 호출로 대표팀에 복귀했던 40세의 노장 마누엘 노이어는 4경기 5실점이라는 씁쓸한 기록만을 남긴 채 파라과이전 직후 서둘러 두 번째 은퇴를 선언했다. 현지 매체들의 "초인으로 과대 포장됐던 그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초라한 결말"이라는 냉혹한 평가와 함께였다.
방향을 잃고 몰락해 버린 쇠락한 축구 제국, 그리고 그 현실을 전혀 읽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권. 참담한 32강 탈락의 후폭풍은 독일 사회 전체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여과 없이 들춰내며 가장 잔혹한 여름을 만들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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