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손흥민 "죄송합니다"... 마중 나간 축구팬들 "힘내요"
하루 만에 180도 바뀐 공항 분위기
대표팀 후발대 9명 향해 응원·격려
전날 홍명보엔 "나가라" 거센 야유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 실패의 쓴잔을 마신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LAFC)이 1일 새벽 고국 땅을 밟았다. 공항을 가득 메웠던 매서운 야유는 없었다. 그 자리에는 밤을 지새운 팬들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만이 일렁였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승규, 엄지성, 배준호, 이동경 등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대표팀 후발대 9명은 이날 오전 4시경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했다. 앞서 전날 홍명보 전 감독과 이강인, 김민재 등 본진이 먼저 귀국한 데 이은 순차적 입국이다.
이날 새벽 공항의 공기는 전날과는 180도 달랐다. 홍 전 감독 귀국 당시 약 300명의 팬이 몰려 "나가라", "돈 뱉어라"라며 거센 야유와 분노를 쏟아냈던 것과 달리, 손흥민 일행을 맞이한 건 훈풍이었다. 새벽 2시부터 유니폼을 입고 대기한 50여 명의 팬들은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손흥민을 향해 "고생하셨어요", "고개 숙이지 마요"라며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다.
팬들의 묵묵한 위로 속에서도 캡틴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다. 검은색 바지와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손흥민은 쏟아지는 환대에도 애써 미소를 짓지 못했다. 아쉬운 심정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짧게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잰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조별리그 1승 2패(승점 3), 전체 34위로 대회를 조기 마감한 참담함과 캡틴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태극마크의 무게를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귀국 전인 지난달 30일 그는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실을 피하고 싶지 않다. 팬들이 느끼실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통렬한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나를 필요로 하실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어 죽기 살기로 뛰겠다"며 피 끓는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팬들은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지 않은 주장의 진심에 따뜻한 박수로 화답한 셈이다.
가장 잔혹했던 네 번째 월드컵 여정을 마친 손흥민과 대표팀 선수들은 당분간 짧은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른다. 이후 각자의 소속팀으로 복귀해 새로운 시즌을 향한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령탑의 씁쓸한 퇴장과 팬들의 엇갈린 민심 속에서, 캡틴 손흥민이 남긴 굳은 결의가 암흑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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