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변비 체질이라고?"… 장(腸)이 멈춰 서는 '대장무력증' 경고등 [이거 무슨 병]
대장 근육·신경 기능이 떨어져 장 운동 자체가 느려지는 '대장무력증'
[파이낸셜뉴스] "화장실을 못 가서 변비약을 먹었는데, 약이 듣지 않더라고요."
수년째 변비에 시달려온 회사원 이모씨(42·여)는 최근 변을 보는 게 더 어려워졌다. 물을 많이 마시고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는 등 변비에 좋다는 방법은 다 시도해 봤지만, 증상은 갈수록 악화됐다. 약국에서 변비약을 사 먹어도 그때 뿐이었고 나중에는 약 조차 듣지 않았다.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이씨는 의사로부터 뜻밖의 진단명을 들었다. '대장무력증'이었다.
의학적으로 '서행성 변비'로 불리는 대장무력증은 대장의 근육 또는 신경 기능이 저하돼 장 내용물을 밀어내는 연동운동 자체가 현저히 느려지거나 멈추는 기능성 소화관 질환이다.
현재까지 대장무력증의 발병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선천적으로 대장의 신경세포가 둔하거나, 변비약을 오・남용하는 행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반적인 변비가 수분 부족이나 식이섬유 결핍 등 생활습관이 원인이라면 대장무력증은 장 자체의 운동 능력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때문에 대장무력증 환자의 증상은 수분 섭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칫 변비를 개선하겠다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었다가 변이 장 내에 더 쌓이는 악수를 둘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대장무력증인지, 변비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대장무력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일주일 이상 배변이 없는 극심한 변비가 지속됨에도 생활습관 교정이나 일반 변비약에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점이다.
배변을 마쳤는데도 항상 뭔가 남아 있는 듯한 잔변감이 사라지지 않는 증상도 대표적인 신호다. 장 내용물이 쌓이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증상이 심해지면 대장에 변이 과도하게 쌓여 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거대결장'으로 진행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장이 막히는 '장폐색'이나 장이 터지는 '결장 천공' 등 응급 수술이 필요한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장무력증은 치료 단계가 올라갈수록 환자가 져야 할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변비약이 듣지 않는 시점에 즉시 소화기내과를 찾아 결장통과시간 측정 등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료는 발견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초기에는 식이섬유 섭취와 유산균 복용, 수분 공급 등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전문의가 처방한 장 운동 촉진제 투여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약물치료로도 호전되지 않는 중증 환자의 경우, 대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는 '결장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재발을 막으려면 장의 배변 리듬을 정상화하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음식물이 들어가 장 운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식후 15~20분 이내'에 화장실을 찾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아울러 대장 운동을 억제할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나 혈압약 성분인 칼슘 채널 차단제 등 약물을 복용할 때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고 규칙적인 걷기 운동과 복부 마사지를 병행해 잠든 장 근육을 지속적으로 자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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