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검찰인사"... 특검 등 파견에 인력난, 멈춰선 민생범죄 수사
특검 5곳·미래위 등 특별기관에 평검사 70여명 무더기 차출
[파이낸셜뉴스] 전국 검찰청의 장기 미제 사건이 사상 최대치를 찍으며 민생범죄 수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청 폐지로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는 와중에 복수 특검과 진상조사단 등 특별기관으로 평검사들의 무더기 차출이 연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치검사'를 비판하며 등장한 '검찰개혁' 국면에서 정치적 목적을 지닌 특수기관으로 검사들을 배치하는 것은 "정치적 검찰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검찰이 송치 후 6개월이 넘도록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결정하지 못한 장기 미제 사건은 2만527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만4368건)보다 76% 급증했다.
한 재경지검 검찰 간부는 이와 관련해 "과거에는 1인당 미제 사건 건수가 3자리수를 넘어가면 부장실 등에 불려가는 등 능력 부족으로 생각하며 부끄러운 일로 여겼지만, 지금은 3자리수를 넘기는 것이 당연하고 오리혀 '내가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증표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장기 미제 사건 폭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심각한 '인력난'이 꼽힌다. 특히 각종 정치적 사안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팀 등이 연이어 출범하면서, 일선에서 민생 사건을 처리해야 할 평검사들의 차출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특검팀은 3대 특검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팀)과 종합특검팀, 쿠팡·관봉권 상설특검팀까지 총 5곳, 파견 검사만 65명이다. 여기에 법무부 산하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미래위)' 진상조사단이 출범하면서 부장검사 4명과 평검사 8명 총 12명의 정예 인력이 추가로 합류했다. 합동수사본부 등 다른 파견 인력까지 고려하면 일선 검찰청의 업무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다.
검찰 조직을 떠나는 인력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기준 퇴직한 검사는 66명에 달한다. 지난해 역대 최다 규모인 175명의 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올해는 4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퇴직 검사가 지난해 전체의 38%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연도별 퇴직 검사 수는 2020년 94명, 2021년 79명이다. 불과 4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법무부는 임시 방편으로 신임 검사들을 일선에 조기 투입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7일 임관한 신임 검사 134명 중 경력 법조인 48명을 전국 검찰청 24곳에 배치했다. 예년보다 1~2개월가량 앞당겨 현업에 투입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잡하고 고도화되는 민생범죄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평검사들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검찰'을 비판해 검찰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정작 일선 수사 인력을 정치적 목적으로 빼가는 등 인사가 바로 '정치검찰'"이라며 "검사의 수사권 수혜자는 결국 형사 사건등 일반 국민인데,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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