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원하는 동네에 글 올려요"…당근 변조해 8000만원 '꿀꺽'[사건실화]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보안 기능·GPS 차단 무력화해 동네인증 우회
구매자 108명에 파일 제공…저작권 침해·업무방해 유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형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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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PC 한 대당 월 이용료 50만원. 실제 위치와 관계없이 원하는 지역에 당근마켓 판매글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변조 앱의 가격이었다.

A씨는 2024년 7월 한 개발자에게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 원본 파일을 건넸다. PC나 가상머신에서 앱을 실행할 때 작동하는 보안 기능과 GPS 위치 조작 차단 장치를 무력화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개발자는 대가를 받고 변조된 앱을 만들어 A씨에게 넘겼다. 이를 이용하면 휴대전화가 아닌 PC에서도 당근마켓에 접속하고, 허위 위치정보를 입력해 '동네인증'을 우회할 수 있었다. A씨는 앱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개발자에게 다시 변조를 맡겼다.

변조 앱을 확보한 A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온라인 카페에서 구매자를 모았다.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108차례에 걸쳐 파일을 전달·유포했다. 판매대금과 월 사용료 등으로 벌어들인 돈은 8298만2000원에 달했다.

A씨가 프로그램을 판매만 한 것은 아니었다. PC에 설치한 가상머신으로 변조 앱을 실행한 뒤 허위 위치정보를 전송해 동네인증을 마치고 판매 게시글을 작성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의 실제 위치를 확인해 인증된 최대 2개 지역에서만 판매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역 주민 간 직거래를 유도해 중고거래 사기 위험을 낮추기 위한 핵심 기능이다. 그러나 A씨가 유포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실제 위치와 상관없이 원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있었다. 정상 이용자와 변조 앱 사용자를 구분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당근 측은 이를 막기 위한 보안·패치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해야 했다.

검찰은 A씨가 정상적인 보호·인증 절차를 우회하는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당근마켓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앱의 보안 기능을 무력화하고 변조 파일을 판매한 데 대해서는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9형사단독(김민정 판사)은 지난 5월 8일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죄수익 8298만2000원 전액을 추징하고 같은 금액의 가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당근마켓의 핵심 기능인 동네인증과 보안체계를 무력화한 프로그램을 영리 목적으로 108차례 유포한 점을 무겁게 봤다. 당근 측에 추가 보안조치를 취하게 해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에 장애를 준 점과 범죄수익이 8000만원을 넘는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서버 공격이나 데이터 훼손을 통해 직접적인 재산 피해를 입히려는 범행은 아니었고, 실제 매출 감소나 광고수익 손실을 확인할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한 점도 참작됐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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