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로 진화한 대기업… 역량 총동원 도심 개발 주도
한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신세계, 수서역 개발 지분 참여
대한항공, 부지 매입 직접 개발
새 수익원 창출·리스크 분산
최근 기업들의 부동산 영토 확장은 단순히 기존 사옥 부지를 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직접 잠재력이 높은 부지를 찾아 계열사 시너지를 결합해 대형 복합개발의 청사진을 그리는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는 모습이다.
■도심 개발에 그룹 전사 참여
2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이 주도하는 도심 복합개발의 대표 사례로 한화그룹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이 꼽힌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를 활용해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시공을 맡고 ㈜한화가 오피스 전체 선매입을 확약해 안정성을 다졌다. 한화임팩트는 오피스 우선매수권을, 한화커넥트는 판매시설 우선매수권을 쥐는 등 전사가 유기적으로 참여해 장기 운영 모델도 구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액이 2조10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그룹 차원의 참여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순 임차인이었던 유통사가 지분을 사들여 개발의 주체가 된 사례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에 14.19% 지분을 확보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9년 준공되면 백화점 운영까지 담당하는 구조다. 건설 투자자인 한화건설(지분 46.16%)은 신세계라는 운영주체를 확보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사업비 약 1조2000억원이라는 초기 대규모 자금 투입 부담을 대폭 줄인 것이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도 물류 대행을 이용하거나 물류센터를 임차하지 않고 전국에 직접 자체 물류거점을 개발해나가는 중이다. 계열사인 한웰은 지난 1월 강남 프라임오피스 '케이스퀘어 강남2'를 3550억원에 매입하는 등 부동산 투자를 본격화했다.
세빌스코리아 부동산 전략 컨설팅팀(RESS) 이태식 상무는 "개발사업이 점차 복잡해지고 참여자도 대기업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라며 "불황 속에서 안정적인 자산 증식과 수익 다각화를 이뤄내는 동시에, 향후 사옥 건립을 통한 계열사 집적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 구원투수
기업의 개발 참여는 추후 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구원투수'가 되기도 한다. 두산그룹은 1996년 73억원에 매입한 경기 성남시 분당 나대지에 2020년 프라임급 오피스인 '분당두산타워'를 세웠다. 최근 이를 7900억원 규모의 셰어딜(지분양수도 및 자본 재조정)로 처분하면서 기업의 성공적인 자산 유동화 사례가 됐다.
직접 신규 부지를 찾아 나서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한항공은 부동산 전문 자회사인 케이웨이프라퍼티를 설립한 뒤 신사역 초역세권인 강남구 논현동 일대의 대형 부지를 매입했다. 호텔 등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개발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 사옥을 매각한 HL그룹 역시 신흥 업무지구로 떠오른 성수동 일대(옛 한성자동차 부지)를 선점했다. 프로젝트 리츠를 설립하고 2250억원 규모의 대규모 PF 조달에 성공하며 주요 계열사들이 집결할 제2사옥(HL타운) 착공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환경이 악화되면서 대기업의 탄탄한 신용도와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어야 PF 자금줄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효제동 오피스텔 개발사업, 아스터개발 제11호 역삼 등 영세 시행사가 추진한 사업들은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기업 참여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보증수표'가 된 셈이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기자 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