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완도 순직사고, 우레탄폼 위험정보 전파-지휘체계 미흡 원인"
소방청, 소방관 2명 순직사고 합동조사 결과 발표
LP가스 토치 작업 불티, 벽면 강판 뒤 우레탄폼에 옮겨붙어
밀폐 창고 천장에 가연성 가스 축적…화재 가스 발화 추정
지휘권 이양·전략 판단·신속동료구조팀 운영 미흡도 지적
[파이낸셜뉴스] 지난 4월 전남 완도 저온창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는 우레탄폼이 사용된 밀폐형 창고 구조와 위험정보 전파 미흡, 현장지휘·안전관리상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조사됐다. LP가스 토치로 가열 작업을 하던 중 불티로 추정되는 에폭시 조각이 바닥과 벽면 강판 틈새로 들어가 강판 뒤 우레탄폼에 옮겨붙었고, 창문이 없는 창고 내부 천장부에 가연성 가스가 축적되면서 화재가스발화 현상이 급격히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소방청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남 완도 저온창고 화재 순직사고에 대한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소방청은 사고 직후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외부 전문가와 소방노조 관계자 등 27명이 참여한 소방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4월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30일간 화재 원인, 순직사고 발생 경위, 화재 실증실험, 현장대응 및 안전관리상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화재는 지난 4월 12일 오전 8시 2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한 저온창고에서 발생했다. 당시 작업자는 바닥 에폭시를 제거하기 위해 LP가스 토치로 가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불티로 추정되는 에폭시 조각이 바닥과 벽면 강판 틈새로 들어갔고, 이 불티가 강판 후면의 우레탄폼에 착화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저온창고의 구조였다. 해당 저온창고는 층고가 약 6.4m였지만 출입구 높이는 약 3m로 낮았다. 내부에는 별도의 창문이나 개구부도 없는 밀폐 구조였다. 이 때문에 벽면 우레탄폼이 열분해되면서 발생한 가연성 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한 채 천장부에 축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강판 후면을 따라 확산된 화염이 천장부를 통해 외부로 노출되면서 축적된 가연성 가스에 착화됐고 화재가스발화, 즉 FGI 현상이 급격히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재가스발화는 연소 생성물에 포함된 가연성 가스가 일정 농도에 이르렀을 때 연기 영역에서 급격히 연소하거나 폭발적으로 타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현장 대응 과정에서도 한계가 드러났다. 신고는 오전 8시 25분 접수됐고, 선착대인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가 8시 31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후착대인 완도구조대 등 22명이 순차적으로 도착해 벽면 강판을 절단하고 화점을 탐색하는 등 내부 공격 위주의 진압작전을 벌였다.
작업이 진행되던 중 오전 8시 53분께 천장 좌측 구석에서 화염이 목격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구조대 부대장의 지시에 따라 내부 대원들에 대한 일제 퇴출이 이뤄졌지만, 급격한 연소 확대가 뒤따랐다. 내부에 있던 대원 7명 가운데 5명은 탈출했으나 완도구조대 소속 고 박승원 소방위와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 소속 고 노태영 소방사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화재 건축물의 위험정보가 출동대에 충분히 전파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우레탄폼 마감 여부 등 화재 확산과 소방대원 안전에 직결되는 정보가 초기 대응 과정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온창고처럼 내부 단열재가 화재 양상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건축물에서는 마감재 정보가 초기 전략 판단의 핵심이지만, 현장 대응 과정에서 이 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셈이다.
현장 지휘 체계의 문제도 지적됐다. 조사단은 지휘권 이양 절차가 생략됐고, 상황 평가와 전략·전술 결정이 미흡했다고 봤다. 우레탄폼이나 샌드위치패널처럼 내부에서 불이 번지거나 급격한 화재가스발화가 발생할 수 있는 특수화재에 대해 위험성 평가 표준작전절차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동료 소방관을 구조하기 위한 신속동료구조팀, RIT의 편성·운영도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열화상카메라 등 안전장비 관리가 부실했고, 위험지역 내부에 소방관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펌프차 진압대원 부족으로 2인 1조 임무 수행에 지장이 있었다는 점도 조사 결과에 포함됐다.
소방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난현장의 위험정보와 전략·전술 정보가 출동대에 실시간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119상황관제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장지휘관 교육을 강화하고 우레탄폼·샌드위치패널 등 고위험 특수화재에 대한 교육도 확대한다. 선착대장과 지휘팀장이 현장 도착 즉시 지휘권을 명확히 선언하고, 상황평가와 전략·전술 결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표준절차도 보완할 방침이다.
인명구조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방어적 전략·전술을 우선 적용하는 원칙을 세운다. 우레탄폼 마감 창고 등 고위험 화재 현장에서는 신속동료구조팀을 선제적으로 편성·운영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위험지역 내 소방관 직접 투입을 줄이기 위해 무인소방로봇 등 첨단장비 보급도 확대한다.
소방청은 재난 현장의 골든타임 확보와 대원 안전을 위해 펌프차 진압대원 등 현장 활동에 필요한 부족 인력 5000여 명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두 분의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합동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면밀히 살핀 만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항부터 차근차근 보완하고,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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