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김문수가 이재명 잡는다'...500명 단톡방 흔든 여론조사[사건실화]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 후보 지지자, 단체방에 "165만표 차 우세" 게시
法 "왜곡 가능성 알고도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벌금형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생성형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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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김문수 43%, 이재명 39%. 골든크로스를 달성했습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당일인 지난해 6월 3일 오전. 약 500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김 후보 지지자인 A씨(72·남)였다. 메시지에는 김 후보가 상대 후보를 4%p 앞섰고, 165만표 이상 차이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불과 며칠 사이 판세가 뒤집혔다며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는 독려도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이 수치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기관이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 후보보다 앞서 있었고, A씨가 공유한 글과는 1·2위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다.

이 일로 법정에 서게 된 A씨는 자신도 지인에게 받은 글을 옮겼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라 시중의 판세를 정리한 예측 글로 생각했으며, 평소 믿던 사람이 보내준 만큼 내용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접 작성한 글이 아닌 만큼 자신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시지에는 '6월 1일 여론조사 기준'이라는 표현과 함께 후보별 지지율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단순한 개인 분석글로 보기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형식이 뚜렷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기존에 공개된 조사와 후보 순위가 완전히 달랐는데도 A씨는 조사기관이나 조사 방법을 확인하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내용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알고도 그대로 단체방에 올린 것으로 봤다.

A씨가 수사 과정에서 한 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그는 "김 후보가 진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 같아, 이기고 있으니 투표하라는 의미로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와함께 법원은 A씨가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실제로 메시지를 퍼뜨린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단체방에는 약 502명이 참여하고 있었고, 게시된 글은 누구나 쉽게 복사해 다시 전파할 수 있는 형태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윤웅기 부장판사)는 지난 5월 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글을 올린 뒤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단체방에 "논란의 소지가 있으니 전파하지 말고 삭제해 달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그러나 첫 메시지가 게시된 지 약 1시간30분이 지난 뒤였다. 법원은 이미 수백명이 참여한 단체방에 글이 공개된 만큼, 뒤늦게 전파 중단을 요청했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투표가 진행 중인 선거일 당일, 전파력이 큰 단체방에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여론조사 수치를 올려 유권자의 판단에 잘못된 영향을 줄 위험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문제의 글을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를 받은 뒤 삭제와 전파 중단을 요청한 점은 참작됐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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