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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시대, 협력을 다시 묻다"… 제주포럼, 세계 외교무대 존재감 키웠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76개국 6062명 참석… 55개 기관·67개 세션
전·현직 정상급·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제주 집결
중앙·지방·민간 잇는 공공외교 플랫폼 강화
WHO·IEA·OECD·UN Tourism 협력 확대
17개국 청년 참여 '제주포럼 스픽' 출범
성과보다 후속 협력·국제 의제 확장 과제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이 지난 6월 25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포럼에는 76개국 6062명이 참석해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주제로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제주포럼 조직위원회 제공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이 지난 6월 25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포럼에는 76개국 6062명이 참석해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주제로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제주포럼 조직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분열과 대립이 깊어진 국제사회에서 협력의 해법을 다시 묻는 세계 외교무대가 제주에서 펼쳐졌다. 제21회 제주포럼은 76개국 6062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현직 정상급 인사와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주요 국제기구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으며 제주를 국제 평화·협력 논의의 중심 무대로 끌어올렸다.

4일 제주포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은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 해비치호텔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렸다.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개최한 올해 포럼에는 55개 기관이 참여해 67개 세션을 운영했다. 국내 참가자 5371명과 해외 참가자 691명 등 모두 6062명이 현장을 찾았다.

올해 대주제는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이었다. 미·중 전략경쟁과 전쟁,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인공지능(AI) 확산처럼 한 국가의 힘만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 체계를 다시 짤 것인지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안토니오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나타샤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이 영상 축사를 보냈다. 조정식 국회의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검브자브 잔당샤타르 전 몽골 총리, 필리프 뢰슬러 전 독일 부총리 등도 제주를 찾았다.

제21회 제주포럼에서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이 열리고 있다. 후보자들은 차기 유엔 리더십과 국제협력의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사진=제주포럼 조직위원회 제공
제21회 제주포럼에서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이 열리고 있다. 후보자들은 차기 유엔 리더십과 국제협력의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사진=제주포럼 조직위원회 제공

정상급 인사의 면면만큼 주목받은 무대는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이었다. 후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기 유엔 리더십과 국제협력의 방향을 논의하면서 제주포럼은 국제 현안을 다루는 토론장을 넘어 글로벌 리더십을 검증하는 무대로 외연을 넓혔다.

제주도는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토론이 지난 6월 제네바에서 열린 대담보다 확대된 규모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차기 유엔 리더십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를 제주에서 끌어냈다는 점에서 한국의 중견국 외교와 지방정부 공공외교를 함께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외교 플랫폼 기능도 강화됐다. 한미동맹의 미래와 한국·중앙아시아 협력 등 정부 외교정책과 연결된 의제가 주요 세션에서 다뤄졌다.

지방정부가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정부 외교정책과 국제사회의 현안을 연결하는 공론장을 만들었다는 점이 이번 포럼의 변화다. 제주포럼이 국내 지역행사를 벗어나 국제 공공외교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면 이런 연결 구조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주요 국제기구와의 협력 기반도 넓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에너지기구(IE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관광기구(UN Tourism)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해 보건과 에너지, 경제, 관광 분야의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관건은 포럼 이후다. 국제기구 관계자의 참석이 일회성 세션으로 끝나는지, 공동 연구와 정책 협력,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제주포럼의 실질적 성과는 달라진다.

제21회 제주포럼 폐회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공식 출범한 청년 프로그램 ‘제주포럼 스픽(SPEAK)’에는 17개국 청년들이 참여했다. /사진=제주포럼 조직위원회 제공
제21회 제주포럼 폐회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공식 출범한 청년 프로그램 ‘제주포럼 스픽(SPEAK)’에는 17개국 청년들이 참여했다. /사진=제주포럼 조직위원회 제공

미래세대 참여도 새로운 축으로 등장했다. 청년 프로그램 '제주포럼 스픽(SPEAK)'이 공식 출범해 17개국 50여 명의 청년이 지속가능한 평화와 국제협력을 주제로 토론했다.

청년들은 주요 세션과 세계적 연사들의 강연에 참여하며 국제 현안을 직접 논의했다. 고위급 인사 중심 국제회의에 청년 참여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포럼의 세대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주포럼은 '세계평화의 섬 제주'라는 지역 브랜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도 맡았다. 다만 참가국과 세션 수, 고위급 인사의 면면만으로 세계적 포럼의 위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제주에서 나온 논의가 국제사회에 어떤 의제와 해법으로 남느냐에 달려 있다.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과 국제기구 협력이 일회성 성과에 머물지 않고 후속 국제 의제와 공동사업으로 이어져야 제주포럼의 존재감도 더 커질 수 있다.

강정식 제주포럼 집행위원장은 "이번 제주포럼은 국제사회의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자리였다"며 "글로벌 현안을 선도적으로 논의하는 세계적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제21회 제주포럼은 참가 규모와 인사의 격을 키우며 국제회의로서 외형을 확장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세계적 인사를 제주에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주에서 나온 논의가 국제사회의 후속 행동과 협력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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