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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되지 않는 중동, 지치지 않는 늪 유럽...복합위기 마주한 동북아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러·이란 '오판의 부메랑' 동북아 정조준  
'자율드론 전술' 습득한 北 위험요소로  
美 의회, 한반도 안보 가이드라인 정비  
전작권 전환 조건에 분기별 서면보고 신설  
정찰기 '컴뱃센트' 30시간 침묵의 감시 

지난 2021년 2월 9일 이중 항모 작전 중인미국 해군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인 스터릿함(DDG 104)이 니미츠함 및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강습단과 함께 이중 항모 작전을 수행하며 항해하고 있다. 맥케인함은 미 7함대의 주력 표면 전투력인 제15구축함전대(DESRON 15) 소속으로 작전에 참여 중이다. 미 해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지난 2021년 2월 9일 이중 항모 작전 중인미국 해군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인 스터릿함(DDG 104)이 니미츠함 및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강습단과 함께 이중 항모 작전을 수행하며 항해하고 있다. 맥케인함은 미 7함대의 주력 표면 전투력인 제15구축함전대(DESRON 15) 소속으로 작전에 참여 중이다. 미 해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파이낸셜뉴스] 지구촌 안보 지형이 대륙 간 위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복합 위기'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중동의 전운과 유럽의 장기 소모전은 유라시아를 가로질러 동북아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최근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된 미 전략정찰기 '컴뱃센트'의 이례적인 장시간 침묵 비행 실시는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체제의 변화 속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지정학적 현주소를 짚어주는 경고등과 같다. 대전환의 기로에서 세계 주요 전선의 역학 관계를 입체적으로 진단해 봐야 할 시점이다.

■'오판이 부른 고사'…자멸의 기로에 선 이란

미국과 이란이 60일 기한의 기술 협상 시한을 두고 마주한 현재, 중동 전선은 테헤란 강경파 수뇌부의 치명적인 정세 오판이 불러온 신정체제의 구조적 붕괴와 자멸의 전주곡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작전 전개 직후 단행된 전방위적인 이란 해상 봉쇄와 석유 수출 금수 조치로 인해, 지난 5월 기준 사실상 전무한 상태로 추락하며 자금줄이 고갈되는 극단적 고사 위기를 겪었다. 이로 인해 이란 리알화 가치는 폭락해 불과 4개월 만에 민생 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70~100% 이상 폭등했다. 최고지도부의 대거 사망으로 권력 진공이 결합하며 신정체제 유지 능력은 한계점에 봉착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독점적 통행세 징수라는 무리한 비대칭 변칙 카드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군의 즉각적인 정밀 폭격을 유도해 자국 내 핵심 방공망과 미사일 생산 기지 등 잔존 군사 인프라가 대거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란은 표면적으로는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체제 붕괴의 외통수에 몰린 강경파가 겉포장용 외교 수사로 허세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서방 진영 정보당국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기류의 이면에서, 미 중부사령부의 조율 하에 바레인에서 아랍권 군 최고 지휘관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긴급 회의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가용 자원이 인도·태평양과 동북아로 분산·재배치되는 흐름에 속에서 소집된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와 UAE 등 아랍 11개국 수뇌부들은 미군의 안보 우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체계(IAMD)를 조기 구축하고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 독자적인 연합 해상 순찰대를 가동하기로 했다. 향후 미국의 역내 안보 공백을 아랍 주도의 다원화된 방어망으로 전환하려는 실리적 생존 전략의 포석으로 관측된다.

미국 허드슨연구소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이란은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고사 단계에 진입했다"며 "핵 무기 개발과 호르무즈 통제권 확보라는 테헤란의 야심은 역설적으로 정권의 생명줄을 단축하는 독약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중동 전선은 힘의 균형에 의한 교착이 아니라, 오판을 거듭한 신정체제의 종막 속에서 미국의 전력 이동과 아랍권의 독자적 연합 전선 구축이 맞물리는 대전환 국면으로 풀이된다.

미국 해군 소속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지난 2021년 2월 남중국해에서 양방향 항모강습단(Dual-Carrier Operations)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7함대 소속 제15구축함전대(DESRON 15)가 핵심 수상 전투력으로 참여했다. 미 해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미국 해군 소속 니미츠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지난 2021년 2월 남중국해에서 양방향 항모강습단(Dual-Carrier Operations)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에는 7함대 소속 제15구축함전대(DESRON 15)가 핵심 수상 전투력으로 참여했다. 미 해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한반도에 영향 미치는 러·우 전쟁 '부메랑'

유럽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 소모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근본적 배경 역시 모스크바 수뇌부의 군사적 오판과 체제 고사 위기가 맞물려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습으로 본토 주요 정유시설과 군사 비행장이 반복적으로 타격받고 있는 데다, 만성적인 모병난과 전비 지출로 군사적·경제적 임계점에 봉착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을 유지하는 요인은, 서방의 국방 자원을 유럽에 묶어둠으로써 동북아로 이동하는 전략적 집중을 지연시키려는 독재진영의 마지막 생존 카드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해야 할 실체적 위협은 극심한 전쟁 물자와 병력 부족에 직면한 러시아가 북한 평양과 밀착하면서, 그 여파로 동북아와 한반도의 비대칭 전력 고도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북한은 유라시아 전장의 최신 교전 양상을 고스란히 체득하며 흡수했다. 특히 파병된 북한군은 가성비 위주의 자율형 드론 운용 전술과 서방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실전 데이터를 습득하고 본토로 복귀했다는 사실은 매우 엄중히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5일, 6·25 전쟁 76주년 당일에 맞춰 우크라이나 전장식 드론 전술을 모방한 변칙 비대칭 도발을 감행하며 연합 방위망을 직접 교란하고 나섰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실전 경험을 축적한 북한의 드론 전술과 대구경 방사포 운용 역량이 급격히 고도화되었으며, 이것이 역내 군사적 긴장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럽 전선의 위기가 한반도 최전선 군사분계선(MDL)의 실질적 긴장 고조와 복합 위기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8시30분경부터 4시간가량 중국·러시아 군용기 11대가 동해와 남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순차 침범했다가 벗어났다. 비슷한 시각 일본 방위성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우리보다 4대 더 많은 '15대'의 군용기들이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러 폭격기와 전투기 최소 15대가 우리 남해 상공을 거쳐 동해 상공과 일본 본토 사이 상공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이례적인 대규모 공중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공군의 전략 전자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Combat Sent)'의 주요 임무와 제원을 소개하는 안내 포스터의 일부. 이 기종은 수백km 밖에서도 지상·해상·공중에서 발신되는 모든 레이더 전파와 주파수 특성을 정밀하게 탐지하고 분석한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 탄도미사일의 비행 특성을 감지해 대응 데이터를 확보하고, 미 대통령과 전쟁부 핵심 지도부에 핵심 전자 정찰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 공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미 공군의 전략 전자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Combat Sent)'의 주요 임무와 제원을 소개하는 안내 포스터의 일부. 이 기종은 수백km 밖에서도 지상·해상·공중에서 발신되는 모든 레이더 전파와 주파수 특성을 정밀하게 탐지하고 분석한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 탄도미사일의 비행 특성을 감지해 대응 데이터를 확보하고, 미 대통령과 전쟁부 핵심 지도부에 핵심 전자 정찰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 공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미 국방수권법 가이드라인 주목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 문제는 고도화되는 북중러의 실체적 위협에 따른 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춘 한미연합력의 법적·실무적 '조건'의 실질적 충족 여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매년 미 의회를 통과하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보다 이례적이고 강력한 형태로 명문화되고 있다.

미 의회가 가결해 나가고 있는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의 주한미군 및 전작권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미국이 바라보는 한반도 안보의 가이드라인은 매우 명확하다. NDAA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500명 수준으로 확고히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미 전쟁부(DoW)가 한미 연합사의 전작권 이양 추진 현황과 한국군의 실질적 작전 역량 검증 지표를 '매 분기별', 즉 6개월 이내에 최소 2회 이상 의회에 의무적으로 서면 보고하도록 규정하는 강력한 조항을 신설했다. 북·중·러의 밀착으로 동북아 역내 핵·미사일 위협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및 지휘통제(C4I) 역량을 완벽히 갖추었는지를 미 의회가 분기마다 직접 감시하겠다는 제도적 제동 장치다. 이 같은 조치는 미 의회가 행정부의 자의적 전력 이탈을 통제하기 위해 구축한 이중 잠금장치이며, 우리 군의 독자적인 작전준비태세와 확고한 연합 방위 역량이야말로 전작권 전환의 실질적인 전제 조건임을 미 의회가 실체적·법적·제도적으로 거듭 검증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4년 1월 31일, 미 공군 RC-135V/W 리벳 조인트(Rivet Joint) 정찰기가 미 중부사령부(CENTCOM) 책임 구역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마친 후 이탈하고 있다. 리벳 조인트는 다국적군(연합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표적 부대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감시 및 정찰(ISR)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제편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 공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지난 2024년 1월 31일, 미 공군 RC-135V/W 리벳 조인트(Rivet Joint) 정찰기가 미 중부사령부(CENTCOM) 책임 구역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마친 후 이탈하고 있다. 리벳 조인트는 다국적군(연합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표적 부대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감시 및 정찰(ISR)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제편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 공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컴뱃센트 장시간 한반도 관측, 의미는

최근 한반도 상공에 출현한 미 공군의 핵심 전략 정찰기 '컴뱃센트(RC-135U)'가 남긴 비행 궤적은 묵직한 지정학적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전 세계에 단 2대만 운용되는 미국의 최첨단 핵·미사일 탐지 자산이 현지시간 기준 지난달 28~29일에 걸쳐 한반도 상공에 30시간 동안 장시간 침묵 비행을 감행한 사실은 군사 안보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작전 중 트랜스포더(위치 발신 장치)를 끄는 '침묵 비행'은 단순히 위치를 숨기기 위한 방어적 조치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온보드 분석관들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정황 등 북한 핵심 방공 노드의 전자적 제원을 실시간으로 기록 및 정밀 분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의 방공망과 레이더 기지를 강제로 자극해 그들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고유 전자 파형을 수집해 유사시 이를 무력화할 재머(Jammer)와 기만기를 프로그래밍하기 위한 핵심 레이더 지문을 통째로 캡처하겠다는 미국의 복합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컴뱃센트의 한반도 전개는 최근 한 달간 최소 4차례 이상 서해와 최전선 상공에 이례적으로 잦은 출현을 반복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최근 북한의 변칙 비대칭 도발 신호와 7차 핵실험 강행 카드 등 역내 도발 징후를 미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실체적 지표로도 평가된다.

주한미군이 최근 안보경보 단계를 격상하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북한의 드론 전술 강화를 연일 경고하고 나선 배경에는, 한반도가 복합 위기의 가장 취약한 '약한 고리'로 오판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억제력을 가동하겠다는 연합방위 체제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정세 변화 앞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태도는 현실주의에 기반한 냉철한 국방태세 강화다. 글로벌 안보의 중심축이 동북아로 이동하는 격랑 속에서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 공고화와 과학기술 기반의 국방 자강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지난해 6월 1일, 미 공군 RC-135 컴뱃 센트(COMBAT SENT) 정찰기가 오펏 공군기지의 비행선(활주로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컴뱃 센트는 적의 레이더 시스템을 분석하고, 위협 요소를 지도화하며, 지휘관들에게 전투를 주도할 수 있는 정보(인텔)를 제공함으로써 전자기 스펙트럼을 지배한다. 미 공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지난해 6월 1일, 미 공군 RC-135 컴뱃 센트(COMBAT SENT) 정찰기가 오펏 공군기지의 비행선(활주로 계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컴뱃 센트는 적의 레이더 시스템을 분석하고, 위협 요소를 지도화하며, 지휘관들에게 전투를 주도할 수 있는 정보(인텔)를 제공함으로써 전자기 스펙트럼을 지배한다. 미 공군·미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 캡처
이종윤 정치부 부장
이종윤 정치부 부장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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