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일 미텔슈탄트의 몰락이 보내는 경고
獨 강소기업들 중국 공세에 무너져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만이 생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로 설비 시장을 장악했던 독일 중소·중견 제조업체(미텔슈탄트)들이 중국에 먹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사상 처음으로 독일의 대중국 첨단 자본재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섰고, 독일 산업계는 매월 1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국가다. 특히 기계류 제조에서 최강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보유한 국가로서 자동차와 같은 완제품뿐만이 아니라 소재와 장비, 부품(소부장) 제조에서도 세계 제일이었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술력을 높이고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독일의 전통적인 강소기업들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대중국 공작기계 수출은 올해 1·4분기에 1년 전보다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독일 제조업의 중심축이자 심장 역할을 해온 미텔슈탄트들은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는 뜻에서 '히든 챔피언'으로 불렸다. 이 히든챔피언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의 정책이 '1만개 작은 거인'이다. 전문화·정밀화·특성화·혁신을 앞세운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이 정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독일의 히든챔피언을 쓰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독일을 겨냥한 중국의 정책적 공격 말고도 독일 미텔슈탄트가 몰락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공급망 충격,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 비용 급등, 경영자 고령화로 인한 승계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도입 미흡 등이 꼽힌다. 일본처럼 오직 기술력을 최고의 가치로 신봉하다가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우리에게 독일 미텔슈탄트의 경영난은 경고이자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공세에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수입액 1000만달러 이상인 소부장 1575개 품목 중 중국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472개나 된다. 소부장 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30%까지 높아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배터리·로봇·자율주행차 등 핵심 산업의 종합 경쟁력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앞섰고, 반도체 종합 경쟁력도 중국이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다만 올해 1~4월 국내 공작기계 총수주액은 1조1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늘었고, 해외 수주는 7981억원으로 23.3% 늘어났다. 공작기계에서만큼은 한국 기업들이 잘 버티고 있는 셈이다. 중국 공세에 독일의 미텔슈탄트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데 한국의 삼성전자 등이 지난해 3곳을 인수했다.
독일 기업들의 어려움을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대의 변천을 도외시하거나 기술개발을 게을리하면 100년 넘게 쌓아온 경쟁력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첨단기술을 접목해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야 나날이 거세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