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15년 표류한 서비스발전법, 이젠 통과시켜야

파이낸셜뉴스

제조업 다음 성장 축은 서비스업
의료, 콘텐츠 등 규제 풀고 지원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TF 2차회의에서 허민회 한국경제인협회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부터 건의사항을 전달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TF 2차회의에서 허민회 한국경제인협회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부터 건의사항을 전달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비스산업을 제조업에 이은 국가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한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다. 구윤철 부총리와 경제단체, 관계 부처가 6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구 부총리는 회의를 주재하며 "이제는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언급했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서비스산업 고도화가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여는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한경협은 서비스산업발전법 입법과 함께 K콘텐츠 금융지원 활성화, 비대면 배송 관련 제도 개혁 등 20개 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논의 내용이 말로 끝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후속 조치가 나와야 한다.

반도체와 제조업 쏠림이 심한 한국 경제는 이로 인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은 펄펄 끓고 있는데 나머지 업종은 냉기가 돈다. 중국발 저가 공습, 미중 패권 싸움이 격해지면서 한국 제조업은 설 자리를 잃고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리스크를 줄이고 다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콘텐츠, 관광, 의료, 물류, 뷰티,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서비스산업이 담당하는 고용과 부가가치 비중은 매우 높다. 한경협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은 국내 고용의 70%, 부가가치의 60%를 담당한다. 하지만 낮은 생산성과 수출 경쟁력은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오랫동안 제조업을 보조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연구개발(R&D)과 세제, 금융, 인력양성 지원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K콘텐츠와 뷰티, 의료관광이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AI 혁명이 산업 지형을 바꾸는 지금이야말로 서비스산업 고도화는 더 절실한 과제다. 앞으로의 부가가치는 제품을 넘어 데이터, 플랫폼, 디자인, 유통, 지식재산권에서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법안은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발의된 이후 15년째 표류 중이다.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의료 분야 규제완화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영리 의료법인, 의료민영화, 원격의료, 외국인 환자 유치 등을 둘러싼 논란이 법안 발목을 잡았다. 의료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 체계와 필수의료가 흔들려선 안 되며 과잉진료와 의료 양극화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우려 때문에 의료서비스 산업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서비스는 진료 수입에 그치지 않고 숙박, 관광, 쇼핑, 뷰티, 통역, 보험, 플랫폼 산업으로 이어지는 고부가 서비스다.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관광은 내수 활성화와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공의료와 건강보험 체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단순히 규제완화에 머물러선 안 된다. 범정부적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서비스 R&D와 인력양성, 포괄적인 세제·금융 지원, 해외 진출, 지식재산권 보호를 종합적으로 담아야 한다. 의료, 관광, 뷰티 산업에선 해외 소비자를 끌어들일 통합전략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업이 반도체를 잇는 수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국회는 더는 시간을 끌지 말기 바란다. 낡은 논쟁을 반복하지 말고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제조업 강국을 넘어 서비스업 강국으로 가야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벽을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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