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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까지 개입한 트럼프…FIFA 독립성 '흔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징계 절차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나란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국 대표팀 핵심 공격수의 레드카드 징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 이후 번복되자 축구에 정치가 개입했다는 비판이 미국은 물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은 각각 "재검토를 요청했을 뿐", "독립적인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FIFA가 월드컵 기간 중 퇴장으로 인한 자동 출전 정지를 번복한 것은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던 1962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전화 한 통에 뒤집힌 징계

FIFA는 6일(현지시간) 미국과 벨기에의 16강전을 몇 시간 앞두고 미국 대표팀 공격수 발로건에게 내려졌던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철회했다.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비디오판독(VAR) 끝에 상대 수비수의 발목을 밟았다는 이유로 퇴장당했고, 이에 따라 벨기에와의 16강전 출전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FIFA 징계위원회는 징계를 뒤집고 발로건의 출전을 허용했다. 이번 결정은 대회에서 퇴장당한 다른 선수들이 모두 최소 1경기 자동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것과도 배치돼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개입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32강전을 치른 직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징계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며칠 뒤 FIFA가 이를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는 그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며 "결정은 위원회가 내렸고,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다. 우선 그것은 반칙이 아니었고,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보는 것이 맞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경기에서 벌칙을 받는 것과 아직 치러지지도 않은 다음 경기까지 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며 "그래서 FIFA에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FIFA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통화 당시 FIFA 독립 사법기구에서 절차가 진행 중이며 적절한 기구가 사건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이것이 FIFA 시스템이며 앞으로도 반드시 지킬 원칙"이라고 밝혔다. FIFA는 이번 결정이 독립적인 징계위원회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징계위원회는 아랍에미리트(UAE) 출신 스포츠 행정가 모하메드 알리 알카말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벨기에 반발…유럽·미국서 비판 확산

벨기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항소했지만 FIF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FIFA 항소위원회는 "벨기에는 해당 절차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항소할 법적 자격이 없다"며 항소를 각하했다.

유럽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유럽 각국 정부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FIFA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UEFA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며 "규칙을 지켜야 할 기관이 규칙의 확실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경기의 무결성과 대회의 신뢰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 스포츠채널 ESPN의 축구 전문기자 마크 오그던은 "FIFA가 발로건을 봐주는 것으로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한다. 미국 축구대표팀마저 그렇다"고 지적했다. 프리랜서 기자 줄리아 이오페는 "본인이 없애려고 한 출생시민권으로 미국 대표팀 일원이 된 발로건이 없이는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FIFA에 전화를 했다니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발로건은 2001년 뉴욕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얻었다. 영국 국적 부모가 뉴욕을 방문했다가 발로건을 출산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의 밀접한 관계를 둘러싼 논란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뒤 FIFA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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