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자산 10조' 상장사, 2028년부터 ESG 법정공시해야
당정 최종안…초안 '30조 이상'에서 의무화 기준 앞당겨
거래소 자율공시 대신 사업보고서에 통합‧초기 3년 면책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028년(2027회계연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최종안을 확정했다. 당초 로드맵 초안의 '30조원 이상' 기준보다 대상을 넓히고, 거래소 공시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공시로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경제단체는 이행 인프라 부족과 예측·추정 정보 공시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제기하며 기업 수용성과 이행 역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공식 건의했다.
8일 금융위원회 및 관계부처가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에 따르면, 공시 의무화 첫해인 2028년(2027회계연도)에는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 107개사가 대상이다. 2029년(2028회계연도)에는 자산 5조원 이상 상장사 157개사로 확대된다. 정부는 오는 2028~2029년 공시 상황을 평가해 2030년(2029회계연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259개사까지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주요 코스피 상장사는 연결기준 공시 체계 구축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첫해에는 모기업과 대표 종속기업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자산과 매출액이 연결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2029년 공시 대상이 5조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공시 범위에 포함되는 종속회사 수가 2028년 184개사에서 2029년 3014개사로 늘어난다. 대기업 본사는 물론 계열사 전반의 기후리스크, 전환리스크,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 취합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최종안의 가장 큰 변화는 공시 채널이다. 초안에서 제시됐던 '거래소 의무공시 후 법정공시 전환' 단계를 거치지 않고, 2028년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업보고서 통합 공시가 실시된다. 매년 3월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와 지속가능성 공시 시점을 일치시켜 정보 유용성과 적시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배출권거래법상 검증을 마친 수치를 3월말 사업보고서에 함께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수치가 달라질 경우 정정공시를 하게 된다.
의무화 초기 기업의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면책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 3년간 역사적 사실 정보를 포함한 공시 정보 전체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행정제재, 형사책임을 면제하기로 했다. 단, 고의적인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행위에 대해서는 첫해부터 손해배상 및 행정 책임을 묻는다. 초기 3년이 지난 뒤에는 예측·추정 정보와 통제할 수 없는 제3자, 즉 가치사슬 협력업체나 해외 종속회사 등으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대해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 경우 책임을 제한하는 상시적 면책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공시 정보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3자 인증은 공시 의무화 시행 2년 후인 2030년부터 도입된다. 인증 범위·수준, 인증기관 진입규제 등 세부안은 자본시장법령 개정 과정에서 정해진다. 정부는 인증시장의 낮은 성숙도를 고려해 스코프1·2, 거버넌스, 위험관리 등 한정된 정보에 대해 제한적 인증부터 의무화하는 방안을 예시로 제시했다.
협력업체 배출량을 포함한 '스코프3(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각 대상기업의 공시 시작 연도로부터 3년씩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 초안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2031년(2030회계연도)부터 스코프3 공시를 시작하게 된다. 5조원 이상 기업은 2032년, 2조원 이상 기업은 2033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소기업이면서 해외 탄소규제 업종(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에 속하지 않는 협력사는 대기업의 스코프3 공시 범위에서 제외된다.
공시정보는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의 투자·금융 의사결정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를 활용한 책임투자, 기업과의 대화 등 기금 운용 전반에서 공시정보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을 점검할 때도 운용사의 수탁자 책임 정책에 기후 등 ESG 요소가 반영됐는지 점검·공개하고, 금융회사가 전환금융을 공급할 때 기업 공시보고서상 전환계획과 프로젝트의 정합성도 활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최종안을 반영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제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공시로드맵 발표로 가야할 방향과 목표가 명확해진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 등 로드맵 이행을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면서 "관계부처와 함께 신뢰성 있는 공시가 가능하도록 전방위적 지원방안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