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오사카까지, 바다 건넌 삶을 묻는다… 재일제주인 기억 학술대회
제주대·서울대 일본연구소 첫 공동 학술대회
13일 제주대서 업무협약 뒤 연구교류 시작
재일제주인 이주·정착·귀환 경험 집중 조명
오사카 이쿠노구와 제주 연결된 장소 기억 분석
제주하계향토학교 통한 공동체 계승 과정도 논의
개인 이주사에서 한일 근현대사 속 제주 다시 읽기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공동체를 만들었을까. 다시 제주를 찾은 이들은 고향을 어떤 기억으로 바라봤을까. 재일제주인의 이주와 정착, 귀환과 공동체 계승을 '장소의 기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제주에서 열린다.
8일 제주대학교에 따르면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와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는 오는 13일 제주대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첫 공동 학술대회 '바다를 건넌 디아스포라: 재일한인의 삶과 장소의 기억'을 연다. 학술대회는 이날 오후 2시 제주대 박물관 2층 시청각실에서 진행된다.
양 기관은 재일제주인과 재일한인 연구를 함께 추진하고 교육·연구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협력한다. 협약 이후 첫 공식 행사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사람의 이동 자체보다 이주 과정에서 만들어진 삶의 경험과 장소의 기억에 초점을 맞춘다.
'디아스포라'는 본래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 흩어져 살아가는 집단을 뜻한다. 재일제주인의 역사도 노동과 생계, 식민지와 전쟁, 귀환과 정착이 복잡하게 얽힌 디아스포라의 경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제주와 일본 오사카를 잇는 이동은 개인의 이주사에 그치지 않는다. 고향의 가족과 일본 내 공동체, 다시 제주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경험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며 제주 사회와 재일제주인 공동체를 함께 바꿔왔다.
기조강연은 이지치 노리코 오사카공립대 교수가 맡는다. 이지치 교수는 '재일제주인의 이주와 삶'을 주제로 재일제주인 공동체의 형성과 생활사를 설명한다. 김동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토론한다.
제1부에서는 '바다를 건넌 표상과 이향의 경험'을 다룬다. 서동주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자는 '재일과 바다, 그리고 전후 일본의 세계상'을 발표한다.
김욱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자는 일본 작가 히노 게이조의 작품 '떠오르는 방'을 중심으로 귀환자의 시선에 비친 재일한국인과 식민자의 타향 경험을 분석한다. 문학 속 인물과 서사를 통해 이동한 사람이 낯선 장소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하는지 살피는 접근이다.
제2부에서는 '장소의 기억과 공동체의 계승'을 주제로 재일제주인 공동체의 다음 세대를 다룬다.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 김순임˙이토 히로코 연구자는 제주하계향토학교 개설 사례를 중심으로 재일제주인 대상 '출신 지역 기반 모국수학'의 형성과 의미를 발표한다.
모국수학은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와 후손이 고국을 방문해 언어와 문화, 역사 등을 배우는 교육 활동이다. 재일제주인에게 제주하계향토학교는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고향을 직접 경험하고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최낙진 교수와 이서현 교수는 제주MBC 다큐멘터리의 발화를 중심으로 일본 오사카 이쿠노구의 장소성을 분석한다. 오사카 이쿠노구는 오랫동안 재일한국인과 재일제주인이 밀집해 살아온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거리와 상점, 주거지와 공동체 공간은 이주민의 삶을 기록하는 장소이자 세대별 기억이 축적된 생활 공간이라는 점에서 연구 대상이 된다.
이번 학술대회의 의미는 재일제주인을 과거의 이주민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데 있다. 바다를 건넌 사람들의 기억이 제주와 일본 양쪽의 지역사회에 어떻게 남았는지, 그 기억이 다음 세대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를 함께 살핀다.
재일제주인 연구가 한 개인이나 가족의 향수를 기록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주의 원인과 노동, 정착과 차별, 귀환과 공동체 계승을 한일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연결해볼 필요가 있다.
손범기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장은 "이번 협약과 학술대회는 양 기관 협력의 출발점"이라며 "재일한인의 삶과 장소 기억을 조명하고 공동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