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한 달 전으로 돌아간 美·이란, 제재-공습 재개하며 종전 합의 위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란, 바레인 및 쿠웨이트의 미군 표적 85개 타격 주장
美, 이란 내 표적 80개 이상 정밀 공습
국제 유가, 7일 5% 급등 이어 8일에도 2% 이상 뛰어
6~7일 호르무즈해협 상선 피습이 도화선
美, 석유 제재 복원...이란 '美 책임져야'
11일 예정된 2차 종전 실무 협상 위태
美 관계자 "외교적 해결 가능성 열려 있어"

미군 중부사령부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사진 속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고속정이 정박해 있다. 미군은 이날 IRGC 소속 소형 선박 약 60척을 포함하여 이란 남부의 표적 80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군 중부사령부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위치를 알 수 없는 사진 속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고속정이 정박해 있다. 미군은 이날 IRGC 소속 소형 선박 약 60척을 포함하여 이란 남부의 표적 80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 서명과 함께 60일 휴전을 약속했던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행 문제를 두고 다시 전면 충돌했다. 이란은 미국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관계자는 충돌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美·이란, 지난달처럼 공습 주고받아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현지시간)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바레인에는 미군 제5함대 사령부가 있으며, 쿠웨이트에는 이라크 국경 부근에 알리 알 살렘 미군 공군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IRGC는 "이번 침략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IRGC 해군과 항공우주군이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작전을 합동으로 수행해 두 국가 내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군의 MQ-9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쿠웨이트군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방공망이 적대적인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레인 내무부도 공습경보를 발령하고 X를 통해 대피를 권했다.

이란 작전을 주관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7일 X에 "이란의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고 위험하며 전투중단(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한다고 밝혔다. 중부 사령부는 약 4시간 30분 뒤에 올린 X 게시물에서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습 작전을 완료했다"면서 이란 남부의 표적 약 80개를 타격했다고 알렸다. 중부사령부는 정밀유도무기를 활용해 이란의 방공 시스템과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전력, 호르무즈해협과 그 인근에 배치된 IRGC 소속 소형 선박 약 60척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6~7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 3척이 원거리 발사체에 피격당하면서 시작됐다.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카타르 국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알 레카야트'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유조선 '웨디안'호,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 '사이프러스 프로스페리티'호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피격 사건에 대해 "이란과 협의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거나 추적 장치를 조작하는 상선은 위험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전 통항을 촉진하려는 이란의 노력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내 안전 통행을 약속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군이 오만 인근에 설정 신규 항로를 비난하며 해협 통행 선박들이 이란의 지정 항로로 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5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촬영된 미국 해군 제5함대 사령부 건물.AP뉴시스
지난 2월 25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촬영된 미국 해군 제5함대 사령부 건물.AP뉴시스

국제 유가 급등, 협상 좌초 위기
8일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72.46달러를 기록해 전장 대비 2.87% 뛰었다. 영국 시장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 가격도 2.75% 오른 배럴당 76.18달러였다. 이는 약 2주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양대 유종은 미국이 이란 석유 제재를 재개한 7일 하루에만 5% 이상 급등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미군의 공습 개시 약 2시간 전에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석유 수출은 해당 면허 취소로 다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이란 외무부는 8일 발표에서 해당 조치에 대해 양해각서 위반이라며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7일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60일 협상 기간 중에 휴전하기로 약속했다. 동시에 미국은 이란산 석유에 부과한 제재를 잠시 풀기로 했다. 종전 협상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7일 X에 글을 올려 "미국의 주요 양해각서 위반 사항"이라며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통제권 행사 침해 △추가 공습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 △이란 남부에 대한 공격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침략을 열거했다. 그는 "협박과 갈취의 시대는 끝났다"며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지난달 17일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한 이후 같은 달 21일에 종전 실무 협상을 벌였다. 호르무즈해협 통행권 문제로 다투던 양측은 이달 1일 카타르에서 간접 협상을 진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 아라비야 등에 따르면 양측은 오는 11일 파키스탄에서 2차 종전 실무 협상을 벌인다고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7일 외신들을 통해 "미국 협상단은 최종 합의를 향해 계속 선의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상 위험을 평가하는 다국적 기구인 공동해양정보센터(JMIC)는 7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위험 수준을 기존 '상당함(3단계)'에서 '심각함'으로 상향했다. 이는 총 5단계 중에 2번째로 위험한 단계다. 영국 해양 데이터 업체 윈드워드의 아미 다니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이란이 오만쪽 항로를 견제하는 이유를 두고 "선박들이 이란 인근을 항해하도록 유도한 뒤, 나중에 통행료를 지불하게 만들기 위한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8일 오만 무산담주(州)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오만 무산담주(州)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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