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낸 삼성…日 "메모리 호황이 새 경영 리스크"
가격 급등에 소비자 반발·中 추격·통상 마찰 우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삼성전자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긴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오히려 새로운 경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이 진단했다. 가격 인상이 PC와 스마트폰으로 번지면서 소비자 소송과 중국 업체 제품으로의 대체, 통상 마찰 우려까지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삼성전자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1배 증가한 89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I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삼성에 역대급 실적을 안겼지만 동시에 새로운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AI 구동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늘었고, HBM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도 품귀를 빚어 메모리 전반의 가격이 상승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보다 약 55%, 낸드플래시는 55~60% 상승했다.
닛케이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최종 소비자용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엔비디아 등이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졌고 가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6월 맥과 아이패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을 가격 인상 배경 중 하나로 언급했다.
신문은 메모리칩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칩플레이션(Chipflation)'이라는 표현도 소개했다. 반도체 구매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메우고, 그 결과가 개인 소비에 악영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메모리 업체들이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일부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3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AI용 HBM 생산 확대를 명분으로 범용 D램 공급을 제한해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하며 PC 가격 인상과 메모리 제품 구매 제한 등을 소비자 피해 사례로 제시했다.
만성적인 메모리 부족은 중국 업체들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닛케이는 미국에서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제품 채택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CXMT와 YMTC로부터 메모리 조달을 검토하고 있으며, HP와 델도 CXMT산 D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 일부 매체는 레노버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PC에 YMTC 메모리를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닛케이는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 두 곳의 점유율이 60%에 달한다며, AI용 메모리 수요 증가로 한국 업체에 공급이 집중될 경우 장기적으로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권석준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의 견해를 인용해 "한국 기업이 과도하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독점 상태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미국이 생산 거점의 현지 이전이나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1980년대 미·일 반도체 마찰 사례를 언급하며 나온 분석이다. 당시 미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일본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문제 삼아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하고 이듬해에는 일본산 전자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통상 압박에 나섰다.
닛케이는 삼성이 메모리 부족 완화를 위해 SK하이닉스와 함께 총 800조원을 투입해 국내 반도체 공장 4곳을 건설할 계획이지만 본격 가동은 2027~2028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AI 붐이 메모리 업체 실적에는 호재지만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고객과 최종 소비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으며 향후 경쟁사 투자까지 더해져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경우 시황이 악화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