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지식 앞세워 핵심증거 없앤 장윤기父… 친족특례 도마 위
리얼돌·핸드폰 등 폐기에도 면책
법무부, 제도 개정 검토 나섰지만
법조계 "과도한 처벌" 입장차 뚜렷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부친이 범행의 핵심 증거를 대거 인멸하고도 '친족 특례'로 면책되면서, 현행 형법 제155조 제4항에 대한 폐지 여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8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은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23)의 부친은 피해자 혈흔이 묻은 SUV 차량을 보름간 운행하고, 범행 동기와 왜곡된 성 인식을 입증할 핵심 단서로 꼽히는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을 파손·소각했음에도 친족이라는 이유로 형사 책임을 면했다. 이는 향후 재판에서 사형 또는 무기징역 선고만 가능한 강간목적살인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친족 특례 조항이 사법 공백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은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당시에도 그의 모친이 범행에 사용된 넥타이와 피해자의 의류 등 핵심 증거를 불태웠으나 동일한 법리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았다. 강력범죄 사건마다 반복되는 증거 훼손 행위가 법적 면죄부를 받으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고조되는 이유다.
현직 사법경찰관인 장윤기 부친이 직무상 습득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사각지대를 악용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법무부도 제도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가족간 절도·사기 등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던 '친족상도례' 조항이 최근 위헌 결정 등으로 효력을 잃은 만큼, '친족 특례' 역시 사법 방해의 꼼수로 악용되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조계 의견은 갈린다.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측은 자식의 범행 증거를 은닉하려는 행위는 천륜에 따른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국가가 법으로 적법행위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자식을 지키려는 부모의 본능적 행위까지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은 법의 과잉"이라며 "부친이 현직 경찰관인 경우엔 친족 특례 조항을 고칠 게 아니라 공무집행방해죄 등 기존의 다른 법리를 적용해 엄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 개정을 촉구하는 측은 자식을 지키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살인죄 규명에 치명적인 핵심 증거까지 없애는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친족 특례는 법을 잘 아는 경찰·검사 등 사법기관 부모가 지위를 남용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훼손하라고 만든 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