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더 떨어진다고?…시장은 이미 '다음'을 보고 있었다 [증시는 왜]
환율 37거래일 만에 1500원선 하회
외국인 14거래일 만에 순매수 전환
국민연금 리밸런싱 부담 완화 가능성
"7300선 단기 지지" 증권가 진단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하며 시장 안정장치가 잇따라 가동됐지만, 환율과 외국인 수급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원화 강세와 외국인 순매수 전환에 이어 국민연금 리밸런싱 부담 완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환율부터 달라졌다…1500원선 하회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24시간 전 대비 29.7원 내린 1498.5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500원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5월 14일 1491.0원 이후 37거래일 만이다.
달러 약세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전일 오후 3시41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00으로 전날 101.02보다 소폭 하락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 따른 달러 유입 기대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으로 조달된 달러 자금이 국내 설비투자(CapEx)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 매도와 원화 매수 수요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14거래일 만에 순매수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39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14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기관은 3552억원, 개인은 357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대체로 매도우위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달 19일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기록했다. 14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이 같은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급락으로 가격 메리트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매도 압력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도체 업황과 실적의 펀더멘털이 견조한 만큼 코스피가 고점 대비 20% 이상 추가 하락하는 약세장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고, 7300선 부근이 단기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증시 급락 속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라며 "다만 추세적인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 국내 자금 유입 등이 함께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락…국민연금 부담도 덜어
그동안 시장 참여자들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수급 부담으로 꼽아왔다. 연초 이후 코스피 급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돌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민연금이 리밸런싱 과정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이 같은 우려도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리밸런싱은 국내 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만큼 최근 반도체주 조정이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 리밸런싱 규모가 당초 우려보다 제한적일 경우 외국인 수급 개선과 맞물려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0% 안팎 조정을 받으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부담도 일부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한 추가 매도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면 하반기 수급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여전…변동성 완화가 관건
최근 국내 증시는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높은 변동성이 신규 자금 유입을 막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아시아 주요 시장 대비 과도하게 확대됐다"며 "변동성이 커질수록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는 만큼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레버리지 ETF와 시장 변동성은 무관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이후 투자자들이 제도 개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6.2배까지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한 만큼 현 주가 수준에서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반도체를 더 팔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AI 투자가 실제 둔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