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짙어진 중동 리스크…항공업계 '유류비 부담' 악몽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돌아서자 국내 항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 하락으로 유류비 부담 완화와 유류할증료 인하를 기대했던 항공사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비용 부담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외신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유조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공격 이후 이란산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다시 강화했다. 미국은 앞서 이란과의 평화협상 진전을 위해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선박 공격 이후 제재를 재개하면서 중동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과 더 이상 협의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는 등 강경 기조를 이어가면서 양국 간 종전 협상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제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9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4.1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3.01% 상승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70.44달러로 2.76%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지난 6월 1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 외 거래에서는 브렌트유가 76.04달러(5.6%), WTI는 72.25달러(5.4%)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유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으로 활용하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이 오르면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는 최근까지만 해도 유류비 부담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MOPS가 지난 5월 갤런당 평균 361.27센트(13단계)에서 6월 297.46센트(9단계)로 하락하면서 국내선과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잇따라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발권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편도 유류할증료는 현재 2만4200원에서 1만6500원으로 인하된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제선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이 되는 MOPS 단계는 33단계 가운데 19단계로, 지난 6월(27단계)보다 8단계, 최고 수준이었던 5월(33단계)보다 14단계 낮아졌다.
다만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유류비 부담 완화 흐름이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유 가격 상승분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반영하는 제도지만, 노선별 경쟁 상황과 운임 정책 등에 따라 비용 증가분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렵다. 여름 휴가철 국제선 수요 회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항공사들의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다시 심화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진정되고 있긴 하지만, 국제유가아와 더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