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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 미생물과 원형탈모 관계 증명...세계를 놀라게 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이제 시작일 뿐"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마이크로바이옴 탈모 치료 선도자, 전북대병원 피부과 박진 교수]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편집자 주]

입속 미생물과 원형탈모 관계 증명...세계를 놀라게 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이제 시작일 뿐"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전북대병원 피부과 박진 교수는 세계 의학계에서도 미지의 영역이라 불리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바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탈모 '를 연구한다. 입속 미생물 생태계 붕괴가 원형탈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과학적 단초를 밝혀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고 한국의 피부·두피 미생물 지도를 만드는 연구에도 참여하며 꾸준하게 자신만의 지평을 넓혀가는 중이다. 9일 박 교수를 만나 미생물 분야에서 탈모 연구의 현주소를 물었다.

건강한 두피와 탈모 환자 두피 관찰하고 발견한 놀라운 사실

전북대병원 피부과 박진 교수/박진 교수 제공
전북대병원 피부과 박진 교수/박진 교수 제공

― 탈모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라니 다소 낯설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아닌가. 보통 '탈모'하면 남성호르몬에 의한 탈모를 많이 떠올리고 치료도 호르몬 치료를 많이 하지 않나.
▲ 탈모의 종류는 하나로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흔하게는 유전으로 인한 안드로겐탈모를 생각하지만 원형탈모·흉터탈모·감염이나 염증으로 인한 탈모도 있다. 면역 문제로 생기는 원형탈모, 염증성 두피 질환, 염증성 두피 질환을 포함해 감염, 면역 등 복합적인 문제로 생기는 흉터탈모 등은 미생물과 밀접하다. 이러한 증상이 있는 두피는 건강한 두피와 미생물 분포 양상이 다르게 관찰된다.

과거에는 미생물을 그저 감염을 '일으키는' 존재로 생각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생물이 면역을 조절하고 외부 병원체 증식을 막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모로 연구의 폭이 확장한 것이다.

―건강한 두피와 탈모가 있는 두피의 미생물 생태계는 어떻게 다른가.
▲두피는 다른 부위에 비해 피지가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기름을 좋아하는 미생물이 많다. 건강한 두피에는 피지를 먹고살면서 두피의 산성도를 조절하는 '큐티박테리움(Cutibacterium acnes)', 외부 유해균 침입을 막고 곰팡이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것을 막아주는 '스타필로코커스 캐피티스(Staphylococcus capitis)', 두피 유분을 조절하는' 말라세지아(Malassezia)' 같은 미생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런데 일부 염증성 두피 질환이나 흉터탈모가 생긴 두피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나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많다. 이러한 양상을 '디스바이오시스dysobiosis)',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한다.

―미생물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면 염증성 탈모나 흉터탈모가 생긴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완전한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 미생물 불균형과 탈모의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첫 발을 뗀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미생물이 탈모를 비롯한 두피 질환에 '관여'하는 것은 맞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세균성 모낭염, 지루성피부염, 진균 감염으로 인한 두부백선, 탈모모낭염 등에는 미생물이 뚜렷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겐탈모증에서도 특정 미생물이 두피의 미세 염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있으나, 이것이 안드로겐탈모증의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해석한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몸... 장내 미생물, 구강 내 미생물이 머리카락에 미치는 영향

―원형탈모도 미생물과 연관 있나. 자가면역질환으로 두피 표면에 서식하는 미생물과는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맞다. 원형탈모는 몸의 면역세포가 전신의 털을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유전적 소인과 스트레스, 감염, 약물, 환경 변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피부 표면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이 원형탈모의 요인 중 하나일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원형탈모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이 건강 대조군과 다르고,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단쇄지방산 생성균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단쇄지방산은 장내 유익한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먹고 만들어내는 대사물질인데, 만들어진 후에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며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혈당 안정, 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이는 구강 내 미생물 연구로도 알 수 있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구강은 처음인데.
▲일찍이 치주염이 일부 염증성 장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등과도 연관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치주염이 두피 면역 체계까지 자극하고 교란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강 내 미생물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만성 치주염은 잇몸 뼈를 녹일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염증성 신호물질인 사이토카인을 혈류로 뿜어내는데, 이 신호가 온몸을 돌아 결국 두피에도 닿을 것으로 생각한 것.

실제로 진료실을 찾은 원형탈모 환자 중, 잇몸 염증이나 치아 질환이 심할 때 탈모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었고,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해 보니 치주염이 있는 사람에게서 원형탈모가 발생할 위험이 1.36배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형탈모 환자의 구강 미생물 정밀 분석에서도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치주염을 유발하는 병원성 미생물들이 유의미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구강의 미생물 생태계가 붕괴될 경우 머리카락 건강에도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과학적 단초가 됐다. 그러나 역시 치주염이 원형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더 연구가 필요하다.

미생물 분석 표준 가이드라인 정립, "누구에게 어떤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 정밀 진료법 만드는 게 목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니 놀랍다. 세계적으로 미생물과 탈모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초기 단계라면, 앞으로 해볼 수 있는 연구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심 가는 분야가 있나.
▲미생물에는 '세균'과 '진균'이 있다. 둘 중 하나만 연구해서는 두피 생태계를 충분하게 이해할 수 없으므로 세균과 진균이 함께 만드는 면역 반응을 연구하고 싶다. 실제로 진균 분야에서는 '진균(곰팡이균) 마이코바이옴(Mycobiome)' 분석 표준 가이드라인을 정립해 곧 발표를 앞두고 있다.

또 일차 흉터탈모 환자에서 두피와 모낭의 미생물, 면역세포, 유전자 발현 등을 통합 분석해 질환의 활성도와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찾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밀 의학적 탈모 진료, 그러니까 "누구에게 어떤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를 연구하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병원 기반 인간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사업에 참여, 한국인의 피부마이크로바이옴 표준 데이터를 구축 중이다. 건강한 한국인의 피부·두피 미생물 지도를 만들고, 피부 질환 환자에 비교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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