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CJ대한통운, 하청 택배 노조와 교섭 의무 없다"… 원심 파기환송
노봉법 개정 전 사건에 대해서는 구 노조법 적용
원청은 하청과 교섭의무 없다는 HD현중 대법 판정 유지
[파이낸셜뉴스]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가입한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CJ대한통운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하급심 판결을 깨고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에 빚어진 분쟁에는 종전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결론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13개 허브터미널과 약 270개 서브터미널을 운영하며 약 1800개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다. 전체 택배기사 약 1만8000명 가운데 약 1만7000명은 회사와 직접 계약한 기사들과 달리 집배점주를 사이에 두고 택배 업무를 맡는 하청 구조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주5일제 실시 △급지수수료 인상·개편 △사고부책 개선 등 총 6가지였다.
CJ대한통운은 자신이 집배점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는 그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각하됐고,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중노위는 2021년 6월 "CJ대한통운은 교섭요구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초심을 뒤집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CJ대한통운이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1·2심은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자뿐 아니라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봤다. CJ대한통운이 교섭요구사항 전부에 대해 그러한 지위에 있어 교섭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 규정'은 2025년 9월 개정으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후문이 신설됐지만, 경과규정이 없어 2020년 분쟁인 이 사건에는 구 노조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한 전국금속노동조합의 교섭 요구 사건에서 구 노조법이 적용되는 사안의 경우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자를 말한다는 종전 법리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원고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구 노조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는 구 노조법상 사용자 및 단체교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원청은 구 노조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