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안됩니다" 日결제 대행사 파산에 20만 가맹점 '패닉'
1조원 부채 '젠토신' 붕괴…20년 분식회계 의혹
음식점 미수금·카드결제 중단 속출…지방은행도 손실 비상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현재 젠토신(全東信) 파산 영향으로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현금 또는 페이페이(PayPay) 등 QR코드 결제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일본 야마구치현의 한 음식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일본 카드결제 대행업체 젠토신의 파산으로 전국 음식점의 카드결제 시스템이 잇따라 멈춰 섰다. 카드 매출이 묶이면서 자금난을 호소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피해는 지방은행 등 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9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도쿄상공리서치(TSR) 등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대행업체 젠토신의 파산 여파가 전국 음식점과 지역 금융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카드 매출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음식점들은 카드 결제를 중단하거나 현금·QR코드 결제로 전환하고 있다. 자금 사정이 취약한 개인 음식점을 중심으로 연쇄도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방은행과 신용조합 등 금융권도 대출 부실 위험에 직면했다.
■'20만 가맹점' 결제망 멈췄다
1987년 '오사카 미나미 음식사업협동조합'으로 출범한 젠토신은 1999년부터 전국 영업을 시작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보다 먼저 가맹점에 매출대금을 지급하는 조기 정산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했다.
대형 카드사와 직접 계약하기 어려운 소규모 음식점과 유흥업소를 집중 공략했고 2018년에는 가맹점이 20만곳을 돌파했다. 한때 월 2000곳 이상의 신규 계약을 확보할 정도로 외식업계에서 대표적인 카드결제 대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젠토신은 지난 6일 오사카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부채는 1151억6400만엔(약 1조710억원)으로 올해 일본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다.
파산관재인에 따르면 최소 2만곳 이상의 가맹점에 카드 매출금이 지급되지 않았으며 미지급 금액만 약 53억엔(약 493억원)에 달한다.
젠토신의 파산이 음식업계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단순한 결제대행업체가 아니라 소규모 음식점의 '운전자금 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카드사는 가맹점에 매출대금을 월 두 차례 지급하지만 젠토신은 카드사보다 먼저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금 회전을 빠르게 해줬다. 현금 흐름이 빠듯한 개인 음식점일수록 의존도가 높았던 이유다.
■"월세 통째로 날아갔다" 음식점 곳곳 '패닉'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사카 기타신치에서 중화요리점을 운영하는 사토 가즈히로 씨는 개업한 20년 전부터 젠토신을 이용해왔다. 5일마다 한 번씩, 월 여섯 차례 카드 매출이 입금되는 구조 덕분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었지만 현재까지 받지 못한 카드 매출은 인근 자매점을 포함해 약 60만엔(약 558만원)에 달한다. 그는 "절대 망할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마치 함정에 빠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서 라운지를 운영하는 70대 여성도 "운영자금이 돌지 않아 문을 닫는 가게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는 업소에 미수금을 물었더니 '1000만엔(약 9300만원)이 넘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사카의 한 프렌치 레스토랑 경영자는 "수수료가 저렴해 음식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결제 대행사였다"며 "이달 영업한 나흘치 매출은 사실상 포기했다. 월세만큼 돈이 날아갔다. 공짜로 일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도쿄에서도 혼란은 이어졌다. 미쉐린 1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히로미치'는 이달 7일부터 10일까지 카드 결제를 중단하고 현금과 QR코드 결제만 받고 있다. 평소 방문객의 90% 이상이 카드 결제를 이용했지만 새로운 결제 단말기를 도입할 때까지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JR 신바시역 인근의 한 꼬치튀김 전문점도 이달 6일 밤부터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졌다. 전체 결제의 약 40%가 카드였으며 14만엔(약 130만원)의 카드 매출도 입금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점주는 "신규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카드로 결제한다"며 "경영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식업계는 젠토신 단말기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대체 결제수단을 마련하라고 회원사에 긴급 권고했다. 또 미입금 매출을 집계하고 계약서와 거래내역을 보관한 뒤 파산관재인에게 채권 신고를 서두르도록 안내했다. 거래처 파산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을 지원하는 '세이프티넷 보증 1호' 적용도 정부에 요청했다.
■금리 상승기에 무너진 조기정산 모델
업계에서는 젠토신 파산 원인으로 결제시장 경쟁 심화, 신용도 하락, 금리 상승을 꼽는다.
제국데이터뱅크는 PayPay 등 조기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결제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2024년 직원의 부정 계약 사건으로 회사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금융기관 차입이 어려워졌다.
결정타는 금리 상승이었다. 젠토신은 조기 정산에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금융기관 차입으로 조달했다. 부채 대부분이 차입금인 상황에서 2026년 3월기(2026년 4월 1일~2027년 3월 31일) 순이익은 약 10억엔(약 93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차입금은 1000억엔(약 9300억원)을 웃돌았다. 금리가 1%p만 올라가도 연간 이자 부담이 10억엔(약 93억원) 이상 늘어나는 구조여서 저금리를 전제로 성장한 사업 모델이 '금리 있는 시대'를 버티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파산 이후에는 20년 이상 분식회계를 지속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도쿄상공리서치는 젠토신이 최소 20년 전부터 예금잔액 170억엔(약 1581억원)을 부풀리고 허위채권 154억엔(약 1432억원), 실질 가치가 없는 영업권 88억2000만엔(약 820억원)을 자산으로 계상했다고 발표했다.
또 가맹점에 지급해야 할 217억엔(약 2018억원)의 미지급 정산금도 장부에 반영하지 않았다. 장부상으로는 2026년 3월기 순자산이 24억8000만엔(약 231억원) 흑자였지만 이를 바로잡으면 실제로는 약 605억엔(약 5626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은행까지 번진 충격..연쇄도산 우려
파장은 일본 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파산신청서 기준 젠토신 채권자는 지방은행과 신용조합 등 60곳 이상이다.
긴키산업신용조합이 219억엔(약 2037억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고 도쿄스타은행과 도와은행이 각각 80억엔(약 744억원)을 대출했다. 도와은행은 담보로 보전되지 않은 58억8600만엔(약 547억원)을 2027년 3월기(2026년 4월 1일~2027년 3월 31일) 결산에서 충당금으로 반영하기로 했으며 고치은행과 시마네은행도 손실 처리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파산 절차에서 세금과 직원 임금이 우선 변제되는 만큼 음식점과 금융기관이 실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가맹점과 금융기관의 변제율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카드결제 대행업체 한 곳의 도산을 넘어 저금리 환경을 전제로 성장한 조기 정산 비즈니스 모델이 금리 상승 국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피해가 음식점의 미수금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금융기관의 대출 부실과 결제 인프라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외식업계와 지역 금융권의 충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