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신뢰도 큰 타격받은 경찰

파이낸셜뉴스
윤홍집 사회부
윤홍집 사회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직 경찰인 장윤기 부친과 현지 수사팀이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증거물을 인멸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가 진행 중인 민감한 시점에 경찰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취임한 지 일주일 된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한번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사의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수사기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장윤기 사건은 단순한 일선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경찰조직 전체의 책임과 자정능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됐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만큼이나 이를 어떻게 수사하고,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경찰의 역할 확대 국면과 맞물려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은 1차 수사기관으로서 사실상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수사본부 출범 이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수사체계 전반의 재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권한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이 더 큰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통제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고, 그것도 현직 경찰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경찰이 권한 확대에 걸맞은 책임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조직 전체의 신뢰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이 경찰에 기대하는 것은 조직 보호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이다. 만약 경찰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규명하지 못한다면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찰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하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는 것과 동시에 책임수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 앞서 경찰 스스로 독자적 수사체계의 신뢰성을 입증해야 한다. 권한은 법으로 부여할 수 있지만 신뢰는 행동으로만 얻을 수 있다. 지금 경찰이 보여줘야 할 것은 확대된 권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그 권한을 감당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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