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 없었는데 척추 부러져"…60대男, '맥주 맛' 이상해 병원 갔다가 발견한 '이 암'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은퇴 전까지 17년 동안 단 한 번도 병가를 내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자신했던 영국의 60대 남성이 '맥주 맛이 이상하다'는 특이한 전조증상을 겪은 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Myeloma)' 진단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하트퍼드셔주에 사는 앤디 영(62) 씨는 평소 직접 맥주를 양조할 정도로 애호가였으나, 지난해 말 독감 증상을 겪은 후 갑자기 맥주 맛이 이상하게 느껴져 한 병을 비우는 데 3시간이 걸리는 이상 증세를 겪었다. 이후 정밀 검사 결과 그가 마주한 진단명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치료만 가능한 혈액암, '다발골수종'이었다.
흔히 암이라고 하면 극심한 통증이나 눈에 보이는 멍울(혹)을 떠올리기 쉽지만, 다발골수종의 초기증상은 앤디 씨처럼 '미각 변화'나 '모호한 피로감' 등이다.
다발골수종은 우리 몸에서 면역체계(항체)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가 골수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분화하고 증식하는 치명적인 혈액암이다.
암세포로 변한 형질세포는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고, 몸에 이로운 항체 대신 무기능 단백질(M-단백)을 뿜어내며 전신 장기를 망가뜨린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 환자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혈액암이다.
앤디 씨가 경험한 "맥주 맛이 이상하고 마시기 고역스러웠다"는 증상은 의학적으로 다발골수종의 합병증인 '신장(콩팥) 기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암세포가 뿜어내는 비정상 단백질이 신장의 필터(사구체)를 막아버리면 체내 순환이 막히고 독소가 쌓이는 신부전증이 발생한다. 몸에 노폐물과 요독이 쌓이게 되면 구토, 메스꺼움, 피로감과 함께 미각을 담당하는 세포가 둔화되어 평소 좋아하던 음식이나 술 맛이 완전히 변하거나 쓰게 느껴지는 미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앤디 씨 역시 첫 혈액검사에서 신장 수치가 망가져 있음이 확인됐다.
다발골수종은 초기 단계에서 뚜렷한 특징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늦기로 악명이 높다. 환자들이 겪는 증상 대부분이 흔한 노화 현상이나 가벼운 만성 질환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다발골수종 협회(Myeloma UK)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전조증상이 지속될 경우,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즉시 혈액 및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는 '이유 없는 뼈 통증과 골절'이다. 다발골수종 세포는 뼈를 녹여 약하게 만든다. 특히 체중을 지탱하는 척추, 갈비뼈, 골반 부위에 둔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넘어지는 등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한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둘째는 '원인 불명의 빈혈과 극심한 피로'다. 암세포가 골수를 장악하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생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특별히 무리하지 않아도 얼굴이 창백해지며, 휴식을 취해도 풀리지 않는 무기력증과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셋째는 '잦은 감염과 면역력 저하' 현상이다. 골수종세포가 쓸모없는 이상 단백질만 대량 생산하면서, 정작 외부 바이러스와 싸워야 할 정상 항체는 턱없이 부족해진다. 결과적으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독감이나 폐렴 등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지고, 한 번 걸리면 쉽게 낫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신장 기능 이상'을 꼽을 수 있다. 암세포가 뿜어낸 비정상 단백질이 신장(콩팥)의 필터를 망가뜨리면서 소변에 거품이 많이 나는 단백뇨 증상이 나타난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독소가 쌓여 메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하며, 미각 세포가 둔화돼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미각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발골수종은 현대 의학으로 완치(개념적 완치)는 어렵지만, 표적항암제와 화학요법의 발전으로 관리 가능하다.
기본적인 항암 치료로 암세포 수치를 낮춘 후, 환자 본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미리 채취했다가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한 뒤 다시 심어주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암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인 '완전 관해'를 유도하고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 앤디 씨 역시 오는 10월 이 수술을 앞두고 희망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