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 하기 싫은 날"…운동 전 '이것' 향기 30초 맡으면 스쿼트 18번 더 한다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헬스장에서 허벅지가 찢어질 듯한 하체 운동을 할 때,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운동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뜻밖의 '치트키'가 발견됐다. 입에 넣고 달콤함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냄새를 30초 동안 맡는 것만으로도 근력운동 수행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다.
10일 생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피지올로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말라야대 스포츠·운동과학부 모하메드 나스루딘 빈 나하루딘 교수 연구팀은 공복 상태에서 초콜릿 냄새를 맡으면 주관적인 피로감은 줄어들고 근력운동 수행량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후각 자극이 실제 저항 운동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평소 운동을 즐기는 20대 초중반의 건강한 남성 23명을 모집했다. 이들에게 실제 운동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10시간 이상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공복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코코아 함량 90%의 다크초콜릿을 녹인 것, 코코아 함량 60%의 밀크초콜릿을 녹인 것, 그리고 아무 냄새가 없는 물 시료를 제공하고 30초 동안 냄새를 맡게 했다. 그 직후 대표적인 하체 근력운동인 '레그 익스텐션(앉은 자세에서 무릎을 펴 무게추를 들어 올리는 운동)'을 수행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맹물 냄새를 맡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90% 다크초콜릿 냄새를 맡은 그룹은 레그 익스텐션의 전체 운동 반복 횟수가 평균 18회나 증가했다. 달콤한 60% 밀크초콜릿 냄새를 맡은 그룹 역시 약 9회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가장 주목할 점은 운동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운동 강도(힘들다고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음식을 직접 섭취해 칼로리를 보충한 것도 아닌데, 단지 30초간의 후각 자극이 근육을 더 움직이게 만든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두 초콜릿 향이 뇌에 전달하는 신호체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 함량이 높아 진하고 쓴맛이 나는 다크초콜릿 향은 인간의 뇌 속에서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먹었다'는 과거의 기억을 강하게 자극한다. 음식을 먹으려는 식욕 인식 자체를 억제하고 뇌가 실제로 포만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뇌가 배고픔 대신 안정감을 느끼면서 공복 상태의 신체적 스트레스 저항력이 올라가 운동 수행 능력이 향상됐다.
반면 달콤한 밀크초콜릿 향은 식욕을 조절하기보다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했다. 참가자들은 밀크초콜릿 향을 맡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평가했는데, 이 달콤한 향기가 지루하고 고된 저항 운동 환경을 쾌적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보상 신호'로 작용해 운동 효율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음식의 냄새만으로도 인간의 몸은 소화 과정을 미리 준비하거나 식사 후의 상태를 기대하며 심리적·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것이 근육의 한계를 돌파하는 힘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효과를 일상 운동에 무조건 대입하기 전 몇 가지 한계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연구는 혈중 호르몬 수치나 뇌신경 세포의 실시간 활성도를 정밀 측정한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생리적 기전이 완벽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또한, 실험 대상이 23명의 젊은 남성으로 제한되어 있어 여성이나 고령층, 혹은 전문 운동선수 등 조건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100%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를 이끈 나하루딘 박사는 "포만감이나 긍정적인 감정과 강하게 연결된 익숙하고 매력적인 음식 향이라면 초콜릿 외에 다른 향도 비슷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