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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연금·주택연금·정년 개혁 없이 노인빈곤 해법 없다

파이낸셜뉴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년마다 내놓는 '한눈에 보는 연금 2025' 자료에서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이 39.7%를 기록했다. 2015년 49.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개선된 수치다. 정부의 기초연금 등 복지 지출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도할 수치도 아니다. OECD 회원국 평균 노인 빈곤율은 14.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 고령화 속도와 지방 소멸, 노동력 부족 같은 문제에 집중하면서 노인 빈곤과 복지 문제는 후순위로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고령화보다 더 무서운 건 노인층의 빈곤 문제다. 더구나 노년층 사이의 양극화도 큰 사회적 문제에 속하며, 여성 노년층의 빈곤 문제도 도외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빈곤이 구조적으로 심각해지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탓에 받는 연금 자체가 적다는 구조적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가입 기간마저 짧다. 이렇게 낮은 보험료율과 짧은 가입 기간이 맞물려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구조가 굳어진다. 이런 연금 구조는 결국 노인 빈곤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산의 쏠림 현상도 노인빈곤의 딜레마를 낳고 있다.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다. 쉽게 말해 현금 소득은 부족해도 집 한 채는 갖고 있는 자산 부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받는 주택연금은 노인 빈곤을 완화할 유력한 수단이다. 정부도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누적 가입 가구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인식이 굳어 있는데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등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주택연금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를 내놔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년 연장 논의도 노인 빈곤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정년을 65세로 늘렸을 때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 기업의 임금 부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물론 세대 간 형평성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중요한 논점이다. 그러나 소득 공백을 막기 위해 정년 연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정년 연장 논의의 출발점이 애초에 무엇이었는지 잊어선 안 된다. 현행 60세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최대 65세) 사이에 최대 5년의 소득 공백, 이른바 '크레바스'가 생긴다. 이 공백이 다름 아닌 노인 빈곤을 심화시키는 핵심 통로로 지목되고 있다. 정년 연장을 청년 고용이나 기업 효율성의 문제로 몰아간다면 정작 이 제도가 추구했던 소득 공백 문제를 간과할 우려가 크다.

노인 빈곤은 정책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완화할 수 있다. 보험료율과 가입 기간을 정상화하는 연금 구조 개혁부터 실효성 있는 퇴직연금 의무화와 주택연금의 실질적 활성화, 정년 연장 설계까지 노인 빈곤을 낮출 정책 구현에 멈칫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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