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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가자본주의' 통했나…"빅테크 팔 비틀어 인텔 살려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일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일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

실리콘밸리의 대명사였다가 모바일 전환에 대응하지 못해 낙오했던 인텔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3월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환한 뒤 인텔 주가는 4배 넘게 폭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이런 화려한 부활에는 인공지능(AI) 붐도 한몫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자본주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인텔 잠재 고객사들인 빅테크의 팔목을 비틀어 이들로부터 인텔 대규모 투자와 주문을 끌어내 거의 강제로 인텔을 되살렸다는 것이다.

인텔 살린 백악관, 뒤에서 조종(?)

트럼프가 지난해 8월 말 인텔에 대한 정부 지원금 90억달러를 지분 10%로 전환하면서 미 행정부는 인텔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인텔 경영진은 정기적으로 최대 주주인 백악관을 방문해 경영 보고를 한다.

인텔과 미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탄 CEO는 월 1회 워싱턴을 찾아 상무부 관리들에게 보고한다. 탄은 아울러 정기적으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에게도 전화로 고객 관계, 기업 여건에 대해 보고한다.

반도체 산업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트럼프의 '반도체 차르'인 빌 브라운호퍼는 인텔 사업을 구석구석 챙긴다. 데이비드 진스너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분기별로 브리핑을 받는다. 그의 직원들은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 인텔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회동해 새로운 제조 기술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인텔 경영을 행정부가 좌우하는 셈이다. 필요하면 고객사들의 팔을 비트는 역할도 행정부가 맡을 것임을 시사한다.

전화위복

인텔과 트럼프 행정부 간 밀월은 실상 '전화위복'의 결과다.

지난해 여름 탄 CEO는 공화당 상원의원 톰 코튼(아칸소)이 제기한 '중국 간첩'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탄이 자신의 벤처펀드 월드 인터내셔널을 통해 수십년 동안 중국 기술 업체들에 투자해왔고, 케이던스 CEO 시절에는 중국 정부와 거래했다며 "중국과 위험할 정도로 유착됐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이 논란에 주목해 8월 초 탄에게 CEO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인텔은 비상모드에 돌입했고, 이때부터 미 행정부와 극적인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 WSJ에 따르면 탄은 해명과 설득을 위해 백악관 집무실을 찾아 트럼프와 독대했고, 트럼프가 선호하는 '승부사(Winner)' 스타일로 어필하며 극적으로 그의 호감을 이끌어냈다.

8월 말 미 정부는 정부 지원금을 인텔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고, 엔비디아가 50억달러, 일본 소프트뱅크가 20억달러를 인텔에 투자해 현금 숨통이 트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 중개로 엔비디아는 9월 인텔의 맞춤형 데이터센터 칩을 구매하기로 했고, 같은 시기 반도체 100% 관세 폭탄을 피하려던 팀 쿡 애플 CEO는 인텔 반도체 설비를 이용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결국 애플은 관세 면제 조건으로 수천억달러를 국내에 투자하고, 맥북과 아이폰용 칩 일부를 인텔 파운드리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라팹 이니셔티브에 인텔을 합류시켰고, 구글 클라우드는 인텔의 제온 CPU(중앙처리장치)를 대량 주문했다.

부작용 우려

정부가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인텔의 눈부신 성과를 유도한 것은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자유주의 성향의 케이토 연구소 무역·산업 정책 전문가인 스콧 린시컴 변호사는 인텔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의 총아가 되는 것은 기업이 잘 나갈 때만"이라면서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철저히 선거 주기 같은 단기적인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발을 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이 자체 경쟁력으로 고객사들을 끌어들이는 대신 정부를 뒷배 삼아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참혹한 최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기업들이 효율 대신 정부의 관세 폭탄 위협이나 압박 때문에 인텔과 손을 잡게 만든 이번 '나쁜 선례'로 인해 실리콘밸리 생태계가 흔들리고, 시장 왜곡도 일어났다는 비판도 있다. 이는 미 빅테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향후 인텔이 부실화하면 그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부담도 높아졌다. 또 대만과 한국 등 동맹 핵심 산업인 반도체 물량을 강제로 뺏어온 탓에 우방과 통상 마찰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높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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