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ADR 상장을 통해 확보한 265억달러(약 40조원)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외환시장에 대규모 달러 공급이 시작될 전망이다. 환전이 본격화되는 7월 하순부터 9월까지 원·달러 환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공모대금은 오는 14일 회사에 납입되며, 이후 투자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원화로 환전될 예정이다.
회사가 확보한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과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국내 시설투자에 활용된다. 해외에서 조달한 달러가 국내 투자에 쓰이는 만큼 외환시장에는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공급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SK하이닉스는 환전 규모와 시기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신고서에 공시한 투자 계획에 맞춰 원화가 필요한 시점마다 달러를 나눠 매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러 유입 규모는 시장에서 '통화스와프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금융시장 불안 당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체결한 600억달러 통화스와프 가운데 실제 국내 시장에 공급된 달러는 약 198억7천만달러였다. 이번 SK하이닉스의 조달 규모는 이보다 많은 265억달러다.
지난 6월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약 362억달러와 비교하면 이번 조달 금액은 약 73%에 해당한다. 또 한국은행 집계 기준 올해 1분기 원·달러 현물환 하루 평균 거래 규모인 332억8천만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며, 외환당국이 같은 기간 환율 안정을 위해 순매도한 약 136억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시장에서는 ADR 발행이 확정되기 전부터 환율 안정 효과가 일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선물환 매도 물량이 유입되면서 장중 1560원 안팎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온 것도 이러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가는 실제 환전이 7월 하순부터 시작돼 8~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루 약 10억달러씩 분할 환전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네덜란드 ASML 장비 구매 등 해외 결제에 필요한 외화도 있어 조달 자금 전액이 원화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