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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인 못 들어간다더니" '군마 제국' 농담이 55억 관광상품 됐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터넷 농담 활용한 군마 패스포트…발급 신청 5만건 돌파
300만엔 투자로 5억9000만엔 효과…일본 지자체 브랜딩 화제

일본 군마현이 발행한 여권 형태의 지역 홍보책자 '군마 패스포트' 이미지. 출처=군마현 홈페이지
일본 군마현이 발행한 여권 형태의 지역 홍보책자 '군마 패스포트' 이미지. 출처=군마현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여권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곳."
한때 인터넷에서 '군마 제국(グンマー帝国)'이라고 놀림 받던 일본 군마현이 이를 관광 콘텐츠로 바꿔 '대박'을 냈다. 여권 형태의 지역 홍보책자 '군마 패스포트(GUNMA PASSPORT)'​가 배포 때마다 품절 사태를 빚으며 신청자가 5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제작비 300만엔(약 2789만원)을 들여 만든 무료 홍보책자가 5억9000만엔(약 54억8570만원)의 경제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되자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브랜딩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5월 배포한 '군마 패스포트' 초판 1만부는 발행 첫날 모두 소진됐고 이후 추가 제작한 3만부도 신청자가 몰렸다. 결국 군마현은 선착순 접수를 포기하고 추첨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재 남은 배포 물량은 2만부지만 신청자는 벌써 5만명을 넘어섰다.

흥행의 배경에는 인터넷 밈을 역으로 활용한 마케팅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오래전부터 군마현을 '군마 제국'이라고 부르며 "군마에 들어가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여권 없으면 밀입국이냐"는 농담이 퍼져 있었다. 도쿄에서 가깝지만 관광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한데다 산이 많고 내륙이라 '시골'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군마현은 이런 지역 약점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관광 상품으로 활용했다. 외무성과 협의해 실제 일본 여권과 흡사한 B7 크기, 44쪽 분량의 여권형 안내서를 제작한 것이다. 책자에는 군마현의 역사와 문화, 온천, 음식 등 관광 정보와 함께 현내 35개 시·정·촌을 돌며 스탬프를 모을 수 있는 랠리 페이지를 담았다. 각 지역 휴게소 등에서 스탬프를 받은 뒤 군마현청에서 마지막 인증 도장을 찍으면 완성된다.

인기 비결은 단순한 관광 안내서를 '갖고 싶은 기념품'으로 만든 데 있다. 군마현은 온라인 배송 대신 군마현청과 도쿄·오사카 사무소에서만 직접 수령하도록 해 실제 여권을 발급받는 듯한 경험을 연출했다. 군마현 관광 리트리트 추진과 관계자는 "취득 과정 자체에서도 특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군마 패스포트에는 실제 일본 여권과 비슷한 형식으로 "이 여권 소지자가 아무런 통행 장애 없이 군마현을 여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협조를 요청합니다"라는 문구도 담겼다.

예상 밖의 인기에 군마 패스포트가 한 때 중고거래 시장에서 1만엔(약 9만2000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군마현은 3만부를 추가 제작해 6월 29일과 7월 8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각각 1만부씩 배포할 계획이었지만 신청 첫날 접속자가 몰리면서 코로나19 백신 예약 당시에도 버텼던 군마현 디지털 창구 시스템이 다운됐다.

결국 군마현은 선착순 접수를 중단하고 추첨제로 전환했다. 이달 9~15일 신청을 받은 뒤 17일 당첨자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지난 10일 정오 기준 신청 건수는 5만건을 넘어 남은 배포 물량 2만부를 크게 웃돌았다.

군마 패스포트는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까지 군마현 35개 모든 시·정·촌의 스탬프를 완성한 사람은 223명이다. 모든 지역을 둘러보려면 최소 3일이 걸려 숙박과 음식, 쇼핑 소비로 이어진다. 현청에는 "군마현민이지만 이번 기회에 처음 가본 지역이 많았다"는 반응도 잇따르고 있다.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는 초판 1만부의 경제효과를 약 5억9000만엔으로 추산하며 "300만엔의 예산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증쇄해 희망하는 사람 모두에게 전달하겠다"며 추가 증쇄 방침도 밝혔다.

군마현은 앞으로 패스포트를 관광시설과 지역 행사 할인 혜택 등에 연계하고 각 책자에 부여된 고유 일련번호를 활용해 관광객 이동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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