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쌓아올린 'AI 바벨탑'… 빅테크의 위험한 베팅 [글로벌 리포트]
글로벌 AI 투자 6년간 7조6천억弗 전망
수요 급증에 인프라 구축비용 치솟아
서버 수명 고작 3년… 교체부담 지속
자체현금 고갈에 외부자금 조달 급증
메타·엔비디아 250억弗 회사채 발행
올 빅테크 지출 40% 사모신용에 의존
수익 지연 땐 금융시장 흔들 '위험요소'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인공지능(AI) 투자 과열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투자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쏟아지면서 AI 투자는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특히 투자 규모가 기업의 자체 현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지면서 자금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내부 유보금 대신 회사채 발행과 사모신용(Private Credit),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외부 자금 조달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AI 투자와 함께 새로운 금융시장도 형성되는 모습이다. 다만 AI 수요 둔화와 수익성 확보 지연 시 급증한 차입 부담이 신용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투자, 왜 계속 커지나
AI 투자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와 구축 비용 상승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먼저 수요 측면을 보면 미국의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는 가파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37.5%인 4378개가 운영 중이며, 2700개가 추가로 건설되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초거대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최첨단 데이터센터도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1360개 가운데 580개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이 같은 확장의 배경에는 실제 AI 사용량 증가가 있다. AI 모델이 고도화되고 특히 에이전트 AI가 확산되면서 AI가 처리해야 하는 토큰과 연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컴퓨팅 수요의 핵심 대리 지표인 글로벌 주간 토큰 사용량은 올해 5월 말 28조토큰으로 1월 초보다 35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토큰은 AI가 답변을 생성하기 위해 처리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로, 사용량이 많을수록 컴퓨팅과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수요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도 대형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평균 투자 규모는 5억9700만달러로 2024년 평균(3억74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빅테크들의 투자 계획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규모가 8140억달러, 내년에는 1조12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년 전 전망보다 각각 41.3%, 64.1% 상향 조정된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컴퓨팅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되는 자금은 총 7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요뿐 아니라 구축 비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신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고성능 GPU와 AI 서버는 물론 액체냉각 시스템, 전력망, 발전시설까지 함께 갖춰야 해 초기 투자비가 기존 데이터센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단위면적(0.09㎡)당 평균 구축 비용은 2020년 183달러에서 올해 415달러로 연평균 17.8% 상승했으며, 내년에는 488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AI 전용 데이터센터의 경우 단위면적당 구축 비용이 1100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비용 상승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의 60~70%를 차지하는 AI 반도체와 서버 가격이다. 엔비디아 최신 GPU 서버 가격이 이전 세대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상승한 데다 핵심 부품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둘째, 기존 공랭식보다 25~40% 비싼 액체냉각 시스템과 고성능 공조(HVAC) 설비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셋째, 전력 확보 비용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급증으로 변압기와 배전장비 가격이 최근 6년간 최대 95% 상승했고, 일부 초대형 변압기의 납기는 4년까지 늘어나면서 빅테크들은 전력 구매를 넘어 자체 발전시설 투자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더구나 AI 인프라는 한 번 구축하면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도 투자 부담을 키운다. AI 반도체와 서버의 경제적 수명은 2~3년에 불과해 지속적인 장비 교체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역시 운영 10년이 지나면 상당수가 대규모 개보수가 필요하며, 15년 안에는 대부분 전면적인 설비 교체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빚으로 짓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자체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면서 빅테크들의 자금조달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자본지출(CapEx) 비율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이전인 2021년까지 30% 안팎에 머물렀지만 올해 70% 수준으로 높아졌고 내년에는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의미다.
실제 빅테크들은 올해 들어 잇따라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며 AI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메타와 엔비디아, 오라클은 각각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아마존도 지난 3월 370억달러를 조달했다. 알파벳은 미국에서 2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스위스프랑 채권과 영국에서 100년 만기 회사채까지 내놓으며 장기 자금 확보에 나섰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을 넘어 채권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AI 관련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3500억~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미국 전체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예상액의 15%를 웃도는 규모다.
자금조달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빅테크들은 직접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대신 PF 구조 아래 특수목적법인(SPV)과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해 필요한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부채를 오프밸런스(off-balance sheet) 처리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사모신용이 핵심 자금 공급자로 참여하면서 AI 인프라 금융의 한 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올해 빅테크 AI 자본지출의 약 40%가 사모신용을 통해 조달될 것으로 분석했다.
■커지는 투자…금융시장 새 리스크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은 AI 프로젝트가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급증한 차입금이 기업들의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도 "AI 혁명의 승자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장기 채권의 위험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AI 투자 확대가 향후 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결국 AI 투자가 미래 성장동력이 될지, 금융시장 리스크의 출발점이 될지는 막대한 투자에 걸맞은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